연방법무부, 트럼프 압수수색 근거된 선서진술서 편집본 공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무단 반출했다가 올해 초에 미국립기록원에 반납했던 15상자 분량의 정부 자료 가운데 14상자에 기밀 분류 표시가 있는 문서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법무부는 마이애미 연방법원의 브루스 라인하트 판사의 명령에 따라 이같은 내용 등이 담긴 32쪽 분량의 선서진술서(affidavit)를 26일 공개했다.
이번 선서진술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 근거를 담은 자료지만, 진행 중인 범죄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상당 부분이 검게 가려지도록 편집됐다.
선서 진술서에 따르면 연방수사국(FBI)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1월 국립기록원에 반납한 15상자 중 14상자에서 기밀 표시가 있는 자료 184건을 확인했다.
이 가운데 25건은 1급 비밀(Top Secret), 92건은 2급 비밀(Secret), 67건은 3급 비밀(Confidential) 표시가 각각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문서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필로 보이는 메모도 있었다.
FBI는 선서진술서에서 "훈련과 경험을 토대로 볼 때 이 정도 수준의 기밀 문서는 통상 국방 관련 정보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이 선서진술서를 작성한 FBI 요원은 방첩과 간첩 수사 훈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FBI는 "국방 정보와 같은 기밀이 포함된 문서나 대통령 기록물이 남아있다고 믿을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택에 있는 어떤 공간도 기밀 보관 인가가 되지 않았다면서 압수수색 필요성을 강조했다.
앞서 FBI는 지난 8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택을 압수 수색을 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은 '정치 탄압', '표적 수사'라면서 이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메릭 갈런드 법무부 장관은 법원에 압수수색 영장 공개를 요청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도 동의하면서 지난 12일 영장이 공개됐다.
이 영장에 따르면 FBI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방첩법(Espionage Act)을 위반했을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하고 있으며 압수수색을 통해 11건의 기밀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의원들은 압수수색의 근거가 된 선서진술서를 원본 그대로 공개할 것을 요청했고 법무부는 선서진술서는 향후 수사의 로드맵으로 수사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며 이를 반대했다. 그러나 법원은 증인 등 민감한 정보를 가린 채 공개할 것을 명령하면서 이번에 선서진술서까지 공개됐다.
이번에 공개된 선서진술서에서는 많은 부분이 가려졌으나 전문가들은 이번 공개로 재선 도전 결심을 사실상 굳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서진술서 공개에 대해 소셜미디어(SNS)에 "FBI와 법무부의 완전한 홍보 속임수"라고 반응했다.
그는 또 선서진술서 공개 전 한 정치평론가의 팟캐스트 방송을 위해 녹음한 것으로 보이는 음성 파일에서 "나는 잘못한 것이 없다"면서 "중간선거 전에 내가 최고의 지지율을 기록할 때 우리는 공격당했고 침입당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선서진술서가 공개된 것은 아주 이례적인 사례여서 향후 정치인 관련 수사나 정치적 논란이 있는 사건의 수사 등에 파장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