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과 감옥에서 생을 마감한 억만장자 성추행범 제프리 엡스타인의 어두운 관계를 조명한 다큐멘터리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18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3부작 다큐멘터리 '빅토리아 시크릿: 천사와 악마'는 빅토리아 시크릿의 억만장자 CEO 레슬리 웩스너와 엡스타인의 친분 관계를 파헤치며 모델을 상대로 한 엡스타인의 성범죄 의혹을 조명한다.
다큐는 웩스너가 자산관리인으로 고용했던 엡스타인에게 1991년 전권을 위임하는 대리권을 부여하면서 엡스타인이 웩스너의 재산을 사실상 마음대로 사용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엡스타인이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학대한 장소인 호화저택과 그들을 태우고 다닌 자가용 제트기 등에도 웩스너의 재산이 상당 부분 들어갔다는 것이다.
엡스타인이 이 회사의 직원 행세를 하면서 모델 지망생 등에 대한 성착취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1990년대 중반 자신을 빅토리아 시크릿의 모델 모집 담당으로 소개하며 접근한 뒤 한 여성에게 접근해 성추행한 의혹이 있다고 다큐는 소개했다.
당시 회사 임원이 웩스너에게 이 사실을 알렸지만 명확한 후속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엡스타인과 빅토리아 시크릿의 추악한 연결고리는 미 일간 뉴욕타임스 등 다른 언론 보도에서도 나온 적이 있다.
그동안 웩스너는 엡스타인의 성범죄 행위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극구 부인해 왔다.
엡스타인 외에도 빅토리아 시크릿 모기업 임원들이 모델들에게 성희롱을 일삼았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다큐의 작가 마이클 그로스는 "패션은 근본적으로 옳고 그름을 신경 쓰지 않는다. 그 어떤 부수적 피해가 발생하든 '옷을 팔라'는 하나의 규칙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1937년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태어난 웩스너는 고모에게서 빌린 5천달러로 시작한 의류 브랜드 '더 리미티드(The Limited)'로 큰돈을 벌었고 1982년 파산 위기에 처한 빅토리아 시크릿을 100만달러에 인수했다.
그는 섹시함을 강조하는 마케팅 전략을 통해 이 회사를 기업가치 10억달러의 브랜드로 키웠다.
하이디 클룸, 타이라 뱅크스, 나오미 캠벨 같은 당대 최고 슈퍼모델이 출연한 연례 패션쇼가 큰 인기를 끌었고 빅토리아 시크릿은 한때 섹시함의 대명사로 통했다.
하지만 여성의 이미지를 고착화하고 상품화한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아왔다.
2018년에는 최고 마케팅 책임자 에드 라젝이 트랜스젠더와 비만 모델은 패션쇼에 필요 없다고 발언해 큰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