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년 82세…하와이주 법무부 "우리는 전설을 잃었다" 애도
생전에 "한국의 가족·노동에 대한 가치를 배웠기에 이 자리 올라"
한인 이민 역사상 처음으로 주 대법원장에 올랐던 문대양(영어명 로널드 문) 전 하와이주 대법원장이 별세했다.
문 전 대법원장이 4일 오후 자택에서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하와이 한국일보가 14일 전했다. 향년 82세.
하와이 사법부의 수장 자리에 오른 고인은 아버지 문덕만 씨와 어머니 메리 문 씨 사이에서 1940년 9월 한인 3세로 하와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할아버지 문정헌 옹과 외할아버지 이만기 옹은 1903년 첫 미주 한인 이민선인 게일릭호를 타고 인천 제물포항을 떠나 하와이에 도착한 이민 1세다.
문정헌 옹은 사탕수수 농장에서 노동자로 일하면서 고단한 이민 생활을 했지만, 한국인을 위한 교회와 학교를 세워 한인 사회에 큰 기여를 했다.
문 전 대법원장은 아이오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변호사와 순회법원 판사, 대법원 판사를 거쳐 1993년 하와이주 대법원장에 임명됐다.
대법원장 재임 시절 동성 결혼이나 원주민 권리 보호, 환경 문제 등과 관련해 획기적인 판결을 했고, 더 나은 사법부를 만들기 위해 쉼 없이 일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3년 미주 한인 이민 100년을 맞아 다이빙 영웅 새미 리, 야구선수 박찬호 등과 함께 '미주 이민 100년의 영웅 7인'에 뽑히기도 했다.
문 전 대법원장은 생전에 "할아버지로부터 내려 온 한국의 가족, 노동 등에 대한 가치를 배웠기에 교포 중 최초로 미국의 주 대법원장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며 "세계에서 한국처럼 전쟁을 겪고도 빠르게 성장한 나라는 없다. 이렇게 경제적으로 발전한 나라가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그의 별세에 하와이주 법무부도 성명을 내고 "우리는 전설을 잃었다. 그는 한인으로서는 최초로 대법원장을 역임했다"고 애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