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낙태권 폐기 이후 프랑스 제약사 HRA 판매 허가 신청
미국에서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기로 후폭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처방전 없이도 사전 피임약 판매를 허가해달라는 신청서가 처음으로 식품의약국(FDA)에 접수됐다.
11일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피임약을 만드는 프랑스 회사 HRA 파마는 처방전을 통하지 않고 사전 경구 피임약 판매를 허용해달라는 취지로 FDA에 승인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사전 피임약은 1960년대부터 제일 흔한 피임 수단으로 이용됐지만 혈전증 부작용을 우려로 처방전이 있어야 구할 수 있었다.
이번에 FDA가 승인하면 미국에서 처방전 없이 구매 가능한 첫 사전 피임약이 된다. HRA 경영진은 내년 상반기 중으로 결정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처방전을 거치지 않고 약품을 판매하려면 소비자가 표시된 설명을 이해할 수 있고 스스로 위험성을 평가할 수 있으며 전문적인 지도 없이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약품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이와 관련해 HRA가 제출한 신청서에는 6개월간 자사 약품을 복용한 여성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포함해 7년간 진행한 연구 결과도 포함됐다.
프레데리크 웰그린 HRA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지난 50년간 이용 가능했고 여성 수백만명이 안전하게 사용한 제품이 이제는 더 많이 사용될 수 있게끔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HRA의 신청은 지난달 연방대법원이 임신중절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는 결정을 내리면서 전역에서 파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FDA 결정에 따라 일종의 선례가 정해지는 것이어서 향후 다른 피임약을 비롯해 낙태약의 처방전 없는 판매승인을 심사할 때도 영향을 미칠 여지가 있다.
지난해 12월 FDA는 여성이 낙태에 사용하는 약을 우편으로 받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면서 여성인권 옹호자들의 환영을 받았지만 낙태 반대론자들한테는 비판 을 받았다.
2006년에도 응급피임약인 '플랜B'를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도록 승인하면서 적잖은 정치적 파장을 낳은 바 있다.
다만 HRA는 지금 FDA 승인을 신청한 것은 대법원 판결과 무관하다며 우연이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