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등 고가지역 중심 하락 시작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증시에 이어 부동산 시장에서 전방위적인 하락세가 감지되고 있다. 먼저 주택 가격이 냉각 조짐을 보인 가운데 렌트 가격도 그동안 급등한 지역들을 중심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는 상황이다.
6일 부동산 정보회사 점퍼(Zumper)에 따르면 2배드룸 기준 6월 전국 렌트 가격 중간값은 5월 대비 2.9% 하락했다. 렌트 가격 중간값이 전월 대비 하락한 것은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초 이후 처음 발생한 일이다. 크리스탈 첸 점퍼 책임자는 “6월은 이사가 잦은 철이라 임대료가 잘 떨어지지 않는데 예외적인 일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경기침체 여파가 임차인들의 주머니 사정을 악화시켜 렌트비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가 불황을 맞았다는 신호가 분명해지면 전반적으로 소비를 줄이기 시작하고 결국 필수재인 주거 시장에도 악재가 되는데 해당 타이밍이 도래했다는 것이다. 첸 책임자는 “임차인들이 경기가 침체하는 상황에서 렌트비를 더 내지 못한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렌트 가격 하락은 그동안 임대료가 치솟은 지역을 중심으로 먼저 나타나고 있다. 점퍼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2배드룸 기준 6월 임대료 중간값은 3,29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 대비 6% 하락한 것이다. 가주에서도 임대료가 비싼 지역인 샌디에고(-6.1%), 애나하임(-6.1%), 롱비치(-5.0%) 등의 렌트가 하락세를 보였다.
렌트에 앞서 주택 판매 시장은 이미 하락세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렌트와 달리 금융환경과 직결된 만큼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기준 금리 인상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이다. 최근 30년 기준 모기지 평균 이자율이 6% 가까이 치솟자 먼저 매수자들이 실종됐다.
부동산리스팅전문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5월 LA 시장 전체 주택 매물의 16.2%는 최근 리스팅 가격이 하락 조정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해당 수치가 7.5%였던 것을 고려하면 두 배 넘게 증가해 1년 만에 시장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향후 부동산 시장 하락 여파는 임대 시장보다 주택 시장에서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렌트의 경우 가격 하락을 전망하는 주택 수요자들이 대체재로 선택해 임대 시장에 진입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첸 책임자는 “렌트시장의 하락세가 매우 심각할 것을 보고 있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