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공관 못가 제때 신청 못했는데 거절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공관 방문이 어려워 몇 개월 뒤늦게 국적이탈 신고했다가 끝내 거절당한 미 사관학교 학생 한인 2세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2003년생 선천적 복수국적자인 토마스 잔슨(가명)은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를 둔 한인 2세로 만 18세가 되는 지난해 3월31일까지 국적이탈을 시도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영사관이 전면 온라인 예약제로 운영되는 바람에 직접 영사관을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전 예약을 하지 않아 국적이탈 신청을 기한 내에 처리할 수 없었다.
또한 한국 행정청의 불충분한 국적이탈 안내, 복잡한 절차, 긴 처리 기간 등으로 인해 국적이탈 신고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몇 개월 늦었다는 사유로 거절됐다.
이에 잔슨은 한국시간으로 지난 7일 한국 법무부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국적이탈신고 반려처분이 행정법상 비례의 원칙, 신뢰보호의 원칙, 행정의 투명성 원칙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행정청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번 소송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3인 재판부에서 심리하게 된다.
해외거주 복수국적자들의 국적법 관련 헌법소원을 이끌어온 전종준 변호사는 “2005년 홍준표 법의 여파로 인해 출생신고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해외거주 선천적 복수국적자 남자들이 사실상 국적이탈 의무를 부담하게 됐다”며 “이번 잔슨의 사례는 코로나 사태와 행정당국의 고질적인 홍보 부족 및 행정편의 주의가 결합돼 전도유망한 청년의 앞길을 막은 케이스다”고 비판했다.
잔슨과 가족들은 만 18세가 되기 전에 접수가 잘 됐다는 공관직원의 잘못된 말을 신뢰했다가 미 사관학교 입학을 위한 신원조회서에서 복수국적자가 아니라고 표시했는데, 혹시 그로 인해 불이익이 있을 까봐 마음을 졸이고 있다.
잔슨의 한국 소송을 대리하는 임국희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본질은 잔슨이 코로나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국적이탈신고를 위해 두 차례나 공관을 방문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나, 행정청이 코로나를 이유로 공관 방문을 제한해 놓고도 ‘선온라인 신청’과 ‘후방문처리’라는 비상조치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서 재외국민의 권익보호에 소홀함이 행정소송의 이유”라고 말했다.
잔슨은 반려처분이 취소되지 않으면 만 27세가 될 때까지 국적이탈을 하지 못하고 복수국적자로서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잔슨은 장차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군장교가 될 계획인데, 군대의 경우 승진이나 보직에서 복수국적자에게 불이익이 있어 우려가 크다.
<석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