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집중 조명… 일부 회사 루나로 100배 이익
개인들만 큰 손실… 온라인서 자살방지 번호 공유
뉴욕타임스(NYT)가 18일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와 자매 코인 테라USD(UST) 폭락 사태, 그리고 이들 코인을 만든 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를 집중 조명했다.
신문은 권 CEO를 “트래시 토크(상대방을 기죽이고 약올리기 위한 기분 나쁜 말)를 하는 한국의 기업가”로 소개하면서 “권씨의 성공은 매우 투기적인 금융상품을 기꺼이 뒷받침한 유명 금융업자들 덕분에 가능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테라폼랩스는 라이트스피드 벤처파트너스, 갤럭시 디지털 등 다수의 투자회사로부터 2억 달러 이상을 조달한 바 있다. 한때 루나 시가총액이 400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이들 기관투자자 상당수는 초기에 루나와 UST를 팔아 거액을 챙겼다고 신문은 전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여전히 어마어마한 손실에 신음하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는 것이다.
금융정보 분석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애링턴캐피털과 코인베이스벤처 등 루나와 UST 관련 기술에 돈을 댄 투자자들은 지난 2018∼2021년 2억 달러 이상의 돈을 번 것으로 집계됐다. 헤지펀드 판테라캐피털의 경우 지난해 여러 차례에 걸쳐 보유한 루나의 80%를 팔아 무려 100배의 수익을 올렸다. 170만 달러를 투자해 1억7,000만 달러를 거둬들였다고 이 회사 관계자는 밝혔다.
가상화폐 플랫폼 테조스의 창업자 캐슬린 브레이트먼은 루나와 UST의 흥망성쇠는 권 CEO를 지원한 기관투자자들의 무책임한 행동에 의해 초래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브레이트먼은 NYT에 “자신의 명성을 이용해 일확천금을 벌려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루나와 UST에 대해 출범 직후부터 비관적인 시선을 보내는 가상화폐 전문가들이 많았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가상화폐 투자회사 스칼라캐피털의 애널리스트 사이러스 유네시는 2018년 UST 제안을 요약한 백서를 읽은 뒤 경영진에 이 프로젝트가 “죽음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루나 가격 급락이 자매 스테이블코인(달러 등 법정통화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가상화폐)인 UST의 가격을 함께 끌어내릴 것이라는 이 현상은 지난주 현실화했다. 블록체인 회사 팍소스의 창업자인 찰스 카스카릴라가 작년 한 인터뷰에서 루나의 토대가 되는 기술에 대해 의구심을 표명하자, 권 CEO가 트위터로 “XX 팍소스가 뭐냐”라며 발끈하는 일도 있었다.
NYT에 따르면 권 CEO가 운영하는 한 비영리단체가 올해 초 10억 달러 상당의 루나를 팔아 그 수익금으로 UST의 달러 연동을 지키기 위해 비트코인을 매입했을 무렵 권 CEO를 후원하는 일부 벤처캐피털 회사들이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가상화폐 전문 벤처캐피털 해크VC는 지난해 12월 보유한 루나를 팔았다면서 “우리는 시장이 광범위한 하락을 앞두고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홍콩 소재 벤처회사 CMCC글로벌의 창업자 마틴 바우먼도 지난 3월 루나를 코인당 100달러 정도에 매각했다며 “기술적인 면에서나 규제적인 면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권 CEO 본인이 최근 한 인터뷰에서 상당수 가상화폐 벤처들이 도산할 것으로 예상한 뒤 “이를 지켜보는 게 재미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일도 있다.
다만 모든 기관투자자가 돈을 벌기만 한 것은 아니다. 테라폼랩스의 주요 투자자인 자오창펑 바이낸스 CEO가 300만 달러에 매입한 루나의 가치는 한때 16억 달러까지 수직상승했으나, 지금은 3,000달러도 안 된다.
세계 최대 코인 거래소인 바이낸스로서는 아주 큰 손해가 아니지만, 글로벌 개인투자자들이 느끼는 고통은 훨씬 크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게시판에는 이용자들이 자살예방 상담전화 번호를 공유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