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미국 전역에서 인종 차별에 대한 시위가 거세가 일었다. 미국 사회에서 인종 차별은 잠잠한 듯하다가도 어느 순간 또 나타나는 독버섯과 같은 이슈다.집을 사고팔 때도 다양한 차별이 공공연하지만 피해자는 물론 가해자도 모르는 사이 벌어질 때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 업체 리얼터 닷컴이 부동산 업계 내의 여러 차별 유형과 주의할 점들을 정리했다.
특정 바이어 연락 고의로 안 받으면 엄연한 차별
주택 매매·임대·대출·감정 등
부동산 전분야에서 벌어지는 각종 차별 행위들
◇ 공정 거래법 50년 됐지만 여전한 차별
‘전국 부동산 공정 거래 연맹’(NFHA)이 작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한해 동안 주택 거래 차별과 관련, 약 2만 9,000건에 달하는 신고가 접수됐다. 주택 거래와 관련된 차별 행위는 감지하기가 매우 힘들고 대부분 경우 신고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드물어 실제 피해 건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주택 거래 관련 차별 행위가 매우 교묘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피해를 입은 사실도 모르고 지나칠 때가 많다고 지적한다.
주택 거래 시 차별을 없애기 위해 ‘공정 주택 거래법’(Fair Housing Act)이 시행된 지 50년이 지났지만 각종 차별 행위가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정 주택 거래법은 인종, 피부색, 종교, 출신 국가에 따른 차별 행위를 금지하기 위해 1968년 제정됐다. 이후 성별, 가족 지위, 장애 등의 기준이 추가됐고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는 성적 지향, 성 정체성 등이 차별 금지 대상에 포함됐다.
공정 주택 거래법은 주택 거래와 관련된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 주택 매매는 물론 임대, 모기지 대출, 주택 감정, 주택 보험, 조닝, 토지 이용, 주택 건축 등 주택 및 부동산과 관련된 거의 전 분야가 공정 주택 거래법 감시 대상이다.
◇ 특정 대상 거래에서 제외
주택 거래와 관련된 차별 행위를 감지해 내기 힘든 이유는 가해자의 의도를 입증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대표적인 차별 행위가 바로 ‘회전문식 차별 행위’(Revolving Door Discrimination)이 있다. ‘미소 차별’(Discrimination with Smile)이라고도 불리는 이 차별 행위는 특정 고객만 골라 주택 거래 및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다.
겉으로는 미소를 지으며 모든 고객을 상대로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부 고객에게만 특혜를 주거나 반대로 특정 고객은 아예 검토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의 차별 행위다. 예를 들어 특정 바이어에게 집을 팔려는 의도로 다른 바이어의 연락을 무시하거나 답변을 지연하는 행위는 공정 주택 거래법에 위반되는 차별 행위다.
또 특정 인종의 바이어에게는 융자 사전 승인서 제출 조건을 제외해 주거나 특정 성적 지향을 가진 바이어가 제출한 오퍼를 거절하는 행위 등도 공정 주택 거래법에 의한 처벌 대상이다. 자신과 비슷한 가족 구성원을 가진 바이어 또는 같은 종교를 믿는 바이어를 상대로만 거래에 나서는 것 역시 차별 행위에 포함된다.
◇ 특정 지역 집만 보여주는 행위
또 다른 대표적인 차별 행위로 ‘스티어링’(Steering)이 있다. 차량의 조정 장치를 의미하는 스티어링처럼 바이어를 조정해 일부 지역의 매물만 보여주는 행위다. 예를 들어 흑인 바이어가 백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 집을 구입하기 위해 매물을 찾아 달라고 요청했지만 부동산 에이전트가 바이어가 요청한 지역과 상관없는 다른 지역의 매물만 고의로 보여주면 차별 행위로 간주된다.
흑인 바이어가 백인 다수 거주 지역의 주택을 구입할 능력을 갖추고 있고 매물이 나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지역의 매물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차별 행위로 의심해 볼 수 있다. 또 에이전트가 바이어의 요구와 상관없는 ‘다른 지역의 매물을 구입하면 더 만족할 것’이란 식의 언급을 하는 것도 엄연한 차별 행위로 볼 수 있다. 스티어링 차별 행위는 주택 매매는 물론 주택 임대와 모기지 대출 분야에서도 흔히 일어나기 때문에 의심된다면 불만을 제기하고 감독 기관에 신고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 특정 인종 대출 제한 행위
모기지 대출 시장에서도 대출자의 인종과 기타 특징에 따른 차별이 공공연히 존재하고 있다. 대출 은행이 다른 인종에 비해 높은 이자율을 제시하거나 임신한 여성 바이어를 대상으로 출산 휴가가 끝나고 직장에 복귀할 때까지 대출을 거절하는 행위 등이 대출 관련 대표적인 차별 행위다.
특히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모기지 대출을 거부하는 차별 행위를 ‘레드 라이닝’(Red Lining)이라고 한다. 과거 흑인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의 지도에 붉은 선을 그어 대출에 제한을 둔 행위를 일컫는데 모기지 대출은 물론, 주택 보험 및 기타 금융 서비스 기관도 이 같은 차별 행위를 일삼은 바 있다.
경기 대침체의 원인이었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도 모기지 대출 차별 행위가 원인으로 지적된다. 당시 유색 인종 대출자의 서브 프라임 대출 비율이 비교적 높았는데 전문가들은 대출 은행이 차별적으로 몰아간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는 초기 페이먼트 금액은 매우 낮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원금이 점점 불어나는 형태의 악성 모기지다. 이후 집값이 폭락하면서 서브 프라임 모기지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많은 유색 인종 바이어들이 압류를 통해 집을 잃고 말았다.
◇ 특정 인종 거주지 감정가 낮아
주택 감정업계에서도 인종에 따른 차별 행위가 이뤄지고 있지만 최근까지 별다른 제재와 감시가 실시되지 않고 있다. 주택 감정과 관련된 차별 행위의 경우 특정 인종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의 주택 감정가가 다른 인종 거주 지역에 비해 낮게 책정되는 방식으로 흔히 이뤄진다.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의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흑인 커뮤니티의 주택 가치가 백인 커뮤니티에 비해 평균 약 23% 낮게 감정되는 것으로 이미 보고된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주택 감정 업계의 차별 행위를 금지하기 위해 최근에서야 ‘페이브 실행 법안’(PAVE Action Plan) 등에 대한 시행에 나섰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