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단기 금리 역전, 경기 침체 전조인가
① 역전 기간이 짧다 : 보통 4~8개월 달했지만 3거래일만 그쳐
② 장단기 동반 상승 : 장기금리 하락구간서 역전해야 위험신호
3월 29일(현지 시간) 오후 뉴욕 채권시장에서 국채 10년물과 2년물 금리가 역전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이는 미중 무역 분쟁이 발생한 2019년 8월 이후 2년 반 만이다. 장단기 금리의 역전 현상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3월 28일 미 국채 5년 물 금리는 2.66%를 기록, 30년물 금리(2.64%)를 웃돌았다. 5년물 금리가 30년물 금리를 추월한 것은 2006년 이후 약 16년 만이다. 물론 앞서 3월 초에도 5년물과 10년물 금리 간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금융시장에서장단기금리역전현상에대해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경기 침체(recession)에 앞서 나타나는 ‘사전 신호’ 로 받아들여지는 까닭이다. 실제1980년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총 여섯번의 경기 침체 사례 중 코로나19에 따른 침체를 제외하고는 ‘10년물·2년물’ 과 ‘30년물·10년물’ 수익률 모두 역전 현상이 발생했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장단기 금리차를 두고 경기 침체를 가장 잘 맞추는 ‘현명한 이코노미스트’라 부를 정도였다.
그렇다면 장단기 금리차 역전이 경기 침체를 예고하는 잣대로 인식되는 논리적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장기 금리와 단기 금리가 지니고 있는 고유의 특성에 기인한다. 일반적으로 만기가 긴 장기채권은 듀레이션이 길어 가격 민감도가 높다. 이는 해당 기간(예를 들어 10년) 동안 경기와 소득(성장) 여건, 통화와 재정 정책 등 변수를 모두 반영한다는 의미다. 반면 만기가 짧고 신용 위험이 적은 단기채권(예를 들어 2년 이하)은 통화정책과 기준금리에 연동하는 경향이 있다. 즉 단기금리가 장기 금리를 넘어섰다는 것은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통화정책이 시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사전적으로통화정책이긴축적이라는 의미이며, 긴축이 과도할 경우 경기는 하강을 이어가다 마침내 침체로 진입하게 되는 과정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수학공식처럼 ‘장단기금리역전=경기 침체’로 적용할 수는 없는 어려움이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이 발생한 이유들이 제각기 달라서다. 그래서 과거에도 장단기 금리 역전이 발생했을 때마다 “이번은 다르다. 경기 침체 신호가 아니다”라는 주장이 늘 제기되고는 했었다. 2000년대에는 정부의 초장기국채 발행 제한으로 장기 금리에 왜곡이 가해졌다는 의견이 있었고, 뒤이어2006년에는 벤버냉키 당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전 세계적 과잉 저축에 따른 장기 금리 하락을 주장한 바 있다. 결국 2001년의 IT버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기 침체가 발생하며 이들의 주장은 틀렸고 무색해졌다.
이번에도 논쟁은 첨예하다. 지난해부터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던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연준 대응은 늦었으며 경기 침체를 피하기 어려워졌다”고 경고했다.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은 총재도 유사한 입장이다. 반면 “기간프리미엄의추세적하락(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 내정자)”과 “양적 완화 등으로 시장의 정상적 신호가 왜곡됐다(버냉키 전 의장)” 등 장단기 금리 역전이 반드시 앞으로의 경기 침체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주장 역시 존재한다. 첨예한 논쟁 속에서 이번이 다르다고 또다시 주장하려면 이번 장단기 금리 역전의 특이점을 파악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금리 인상의 후반부에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번의 경우 연준이 첫 번째 금리 인상을 단행한 지 한 달이 채안 된 상태에서 발생했다. 이러한 특이점은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앞으로의 금리 인상 궤적을 반영해 선제적으로 상승했다는 점에 있다. 그리고 이는 2010년대 들어 향후 적정 연방기금금리의 산포도인 점도표가 제시된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연방금리선물뿐만아니라유로달러, 초단기 외화 대출 금리(OIS) 등 단기 선도금리의 가격 발견 기능이 높아지면서 시장이 스마트해진 부분도 이러한 특이 현상에 일조하고 있다.
또 과거 연방기금금리에 연동돼 움직이는 ‘10년-3개월’ 금리차가 200bp 수준으로 크게 벌어진 데 이어 경기 침체에 선행한 장단기 역전이 일반적으로장기금리의하락을수반했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 장기와 단기 금리가 함께 상승하는 구간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2년 국채수익률뿐 아니라 10년 국채수익률도 2.5%까지 상승한 상태다.
침체의 전조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필요하다. 필자는 다음 세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최근 수일간의 장단기 금리 역전이라는 사실만으로 향후 경기 침체 도래 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 1980년대 이후 과거 경험을 보면 경기 침체 현실화 이전의 연속적 장단기 금리 역전 기간은짧게는 4개월, 길게는 12개월에 달했다. 이에 반해 1998년과 2019년의 경우 역전이 발생했지만 각각 28일과 3일에 그쳤다. 이 정도의 짧은 역전 이후에는 경기 침체가 도래하지 않았다. 코로나19 침체는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봉쇄의 결과물이며 2019년 금리 역전과는 무관하다는 생각이다.
둘째, 장단기 금리 역전이 단기물의상승보다는 장기 금리 하락에서 주로 비롯된 것이어야 침체의 위험신호가 발생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통화정책의 긴축으로 향후 경기에 부담이 가해진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의 장기 금리의 반락은 경제주체들의 심리 위축을 야기할 수 있고 경기 하강을 심화시킬 위험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셋째, 금리 역전의 폭이다. 과거 경험상 경기 침체의 전조 신호를 보였던 장단기 금리 역전 폭의 기준은 20bp는 돼야 한다. 2006년의 경우 역전기간 중 평균이 8bp에 불과하지만 구간별로는 19bp까지 역전됐던 경험이 있었다. 경기 침체 시그널이 아니었던 1998년은 평균 3bp(최대 7bp), 2019년은 최대 역전 폭이 4bp였다. 따라서 이러한 기준 하에서는 최근 며칠간의 장단기 금리 역전을 경기 침체의 전조로 보기에는 다소 조심스럽다. 한편 ‘이번 역전이 과거와 다르다’고 주장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등의 진영에서는 다른 기준을 제시하기도 한다. ‘선도금리18M3M(18개월 뒤 3개월물)-미 국채 3개월 현물금리’ 간의 현·선물 스프레드가 그것이다. 이것의 의미는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데 평균 18개월 정도 소요됐던 경험에 기반, 미래 3개월짜리와 현재 3개월의 차이만큼 통화정책 여력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를 기준으로 본다면 250bp 내외로 벌어져 있는 상태이며 연준은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상황으로 판단된다. 물론 앞선 세 가지 조건에 부합하는 현상이 관찰된다면 연준도 생각을 달리 해야 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끝으로 실제 경기 침체가 오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 몇 가지도 향후의 경기 판단에 있어 유용한 잣대가 될 것이다. 이들은△미국 경기 선행지수의 전년 대비 값이 0을 하회하는지 여부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의 급증 현실화 여부 △
경기지표 중 가장 선행성을 지니는 ISM제조업 신규 주문지수의 연속적인 기준선 50 하회 여부다.
미국 경기선행지수는 현재 전년 대비 9% 높은 상태이며, 노동시장 여건은 실업수당 청구 건수 급증을 우려할 상황보다는 수요가 매우 우위인 환경에 있다. 제조업의 경우도 소매업체들이 적정 재고를 채우는 과정에서 계속 공격적인 주문을 넣어야 할 필요성을 고려한다면 활동이 단기간 내 위축되기는 어렵다. 이러한 지표들을 예의주시하되 현재 나타나는 경기 확장을 애써 외면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