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선물·에너지 기업 투자 유망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지정학적 갈등이 격화되면서 주식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양국 정상 통화에도 돌파구 마련이 불발되면서 충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시장 전문가들은 에너지 업종에 대한 관심을 키우면서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대응을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13일 뉴욕증권시장에 따르면 나스닥 지수는 11일 전 거래일 대비 394.5포인트(2.78%) 하락한 1만 3,791.15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격화되는 미·러 갈등 구도가 시장 하락을 부채질했다. 이후 1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2분 동안 통화를 하면서 해법을 논의했지만 빈 손으로 끝나면서 증시 하락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진 형국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위기 상황 대응 전략으로 먼저 에너지 업종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때라고 진단한다. 현재 국제유가는 90달러대 초반 선을 유지하고 있는데 향후 갈등이 더 비화되면 배럴당 100달러 돌파가 유력하기 때문이다.
투자자문사 프라이스퓨쳐그룹의 필 플린 시장분석가는 “단기간 급등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라며 “최악의 경우 전쟁이 발발하면 배럴당 100달러는 최저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국제유가가 치솟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유 외에 천연가스 등 다른 원자재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에너지 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에너지 투자회사 토토이즈의 퀸 킬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각종 원자재 가격이 오른 것과 비교해 에너지 기업들은 저평가돼 있다”며 “미·러 갈등 확산시 에너지 업종 종목들이 자금 피난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엑슨모빌이 4분기 실적 발표에서 89억 달러의 2014년 이후 최대 순이익을 발표하는 등 에너지 기업들의 호실적도 향후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정학적 갈등과 관련해서는 미국 중앙은행 연준의 대응책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오는 3월 기준금리 인상을 사실상 확실시했지만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실제 발발할 경우 긴축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마켓워치와 인터뷰한 인프라캐피털매니지먼트의 제이 햇필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우크라이나가 공격을 받으면 연준은 비둘기파적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보는게 합리적이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에게 시장에 대한 경계는 필요하지만 공포에 잠식돼서는 안된다는 진단도 했다. 시장조사기관 네드데이비스리서치에 따르면 2001년 9·11테러를 비롯해 과거 28번의 지정학적 위기 중 19번은 증시 지수가 단기 급락하더라도 6개월 안에 원래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