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의과대학 진학예정
경기 중 문자로 검진 권유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경기를 관람하던 한인 의사 지망생이 하키 팀 관계자의 생명을 구한 사연이 전해져 화제다. 한인 어머니와 루마니아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나디아 포포비치가 이 사연의 주인공이다.
3일 NBC뉴스, 가디언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24일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신생팀인 시애틀 크라켄이 밴쿠버 캐넉스를 상대로 홈 데뷔전이 열렸다. 당시 이를 관람하던 나디아 포포비치(22)는 밴쿠버의 장비 매니저인 브라이언 해밀턴의 목덜미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점의 지름이 약 2㎝ 정도로 작았지만 불규칙한 형태에 적갈색을 띠는 모양새가 피부암의 일종인 악성 흑색종일 확률이 높아 보였다. 포포비치가 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배운 내용과도 일치했다. 그는 용기를 내 휴대전화에 메시지를 적은 뒤 경기가 끝나길 기다렸다. 여러 차례 손을 흔든 뒤에야 해밀턴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포포비치는 휴대전화를 유리창에 갖다 댔다.
‘당신의 목 뒤에 난 점이 암일 수 있으니 부디 의사를 찾아가 보아라’는 내용이었다. 그때까지 자신의 목 뒤에 점이 생긴 것조차 몰랐던 해밀턴은 포포비치의 조언에 따라 곧바로 검사를 받았다. 의사의 진단은 포포비치가 우려했던 것과 일치했다. 악성 흑색종 2기였다. 다행히 조기에 발견한 덕분에 해밀턴은 제거 후 완치 판정을 받았다.
해밀턴은 최근 밴쿠버 구단 공식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내 삶을 바꾼 이 여성분께 정말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며 ‘생명의 은인’ 찾기에 나섰다. 소식을 접한 포포비치의 부모를 통해 밴쿠버 구단은 포포비치와 연락이 닿았고 지난 2일 키아레나에서 열린 밴쿠버와 시애틀의 경기가 열렸고, 해밀턴은 경기장을 찾은 포포비치와 만났다.
나디아 포포비치는 3녀 중 장녀로 중학생 때 발목을 심하게 다쳤지만,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숨겼다. 이혼 후 혼자서 힘들게 자녀를 키워야 했던 어머니가 자신을 병원에 보내려면 빚을 져야 할 정도로 병원비가 워낙 비쌌기 때문이다.
이후 포포비치는 의사의 꿈을 키웠다. 돈 때문에 치료를 못 받는 사람이 없도록 약자들의 주치의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어려운 환경이 근성을 키웠다. 포포비치는 16살 때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워싱턴대도 19살의 나이에 조기 졸업했다.
이후 그는 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경험을 쌓았고, 올해 의대에 진학할 예정이다.
의사가 되기 전에 한 생명을 구한 포포비치를 위해 밴쿠버와 시애틀 구단은 그에게 1만 달러의 장학금을 수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