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권정희의 세상읽기] 작은 친절이 만드는 큰 행복의 물결

미국뉴스 | | 2021-11-12 08:33:04

권정희 논설위원, 세상읽기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권정희 논설위원

 

팬데믹으로 닫혔던 세상이 열리면서 모임들이 재개되고 있다. 큰 행사는 아직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이지만 가까운 사람들끼리의 소규모 모임은 확실하게 많아졌다. 식당마다 웃음 띤 얼굴들, 반가움 가득한 목소리들로 활기가 넘친다.

 

식당들이 정상영업을 시작하던 무렵, 80대인 대선배가 여고 후배들과 점심식사 모임을 가졌다. 5명이 모처럼 만나서 화기애애하게 식사를 하고 있는데, 다른 테이블의 젊은 신사가 다가왔다. 잘 생긴 백인남성이었다. 남성은 환한 미소를 띠며 “숙녀 분들, 멋진 하루 보내십시오”라고 인사를 하고는 갔다.

 

신사의 덕담에 숙녀들은 더욱 웃음꽃이 만발했고,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친 후 웨이터에게 계산서를 달라고 했다. 웨이터는 뜻밖의 말을 했다. 다른 손님이 이미 계산했다는 것이었다. 낯선 신사가 숙녀들의 ‘멋진 하루’를 말로만 아니라 행동으로 빌어준 것이었다. 모르는 사람에게 조건 없이 베푸는 친절, 무작위 친절이었다. 나이 지긋한 여성들이 모여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남성은 문득 깜짝 선물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나의 선배는 말했다.

 

“모르는 사람이 베푸는 친절은 그 놀라움과 기쁨, 행복감의 정도가 달라요. 배움도 주지요. 이제부터 여유가 있으면 우리도 가끔 다른 테이블 식사 값을 계산해보자고 약속했지요.”

 

친절은 받는 사람, 베푸는 사람, 옆에서 보는 사람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 그래서 누군가의 친절은 그 사람만의 선행으로 끝나는 법이 거의 없다. 친절은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하나의 작은 친절’(마르타 바르톨 작)이라는 그림책이 있다. 글자 한자 없이 그림만 있는 책이다. 대단히 침울한 여성이 등장한다. 사랑하는 반려견을 잃어버린 때문이다. 여성은 강아지 사진포스터를 잔뜩 챙겨들고 거리로 나선다. 거리는 회색빛, 세상은 암울하다. 이 거리 저 거리에 포스터를 붙이던 여성이 잠시 멈춰 서서 사과를 꺼내든다. 그때 거리의 악사가 눈에 들어온다. 그가 더 배고플 것 같다는 생각에 사과를 건넨다.

 

그 광경을 지그시 지켜보다 발걸음을 옮긴 남성은 행인이 휙 던져버린 음료 캔을 가만히 주워 쓰레기통에 넣는다. 이 모습을 눈여겨본 남자아이는 풍선을 놓치고 엉엉 우는 여자아이와 마주친다. 아이는 주머니 속 동전들을 털어 풍선을 사서 여자아이에게 준다. 친절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선행의 사슬을 형성하고 마침내 여성이 강아지를 찾는 기적으로 이어진다. 그러는 동안 사람들의 마음은 따뜻해지고 암울했던 세상은 밝아진다. 세상에 ‘하나’로 끝나는 친절은 없다고, 어떤 친절도 ‘작은’게 아니라고 그림책은 말한다.

 

나의 친절이 너의 친절로 이어지고, 무수한 우리의 친절로 퍼져나간다면 세상은 얼마나 평화로울까. 이를 꿈꾸는 단체가 있다. ‘세계 친절운동’이라는 국제 NGO이다. 매년 11월 13일은 이 단체가 정한 ‘세계 친절의 날’이다.

 

세상은 분열과 갈등으로 잠잠할 날이 없다. 인종, 종교, 성별, 민족, 정치성향, 하다못해 백신의무화 … 벽이 될 수 있는 모든 요인들을 경계로 사람들은 갈라지고 반목한다. 심리적 장벽이 너무 강고해서 이론과 이성으로 백날을 싸워봤자 서로 간 설득은 어렵다. 그 닫힌 마음들을 부드럽게 열어서 소통하게 하는 것은 감성. 친절은 감성을 자극한다. 친절이 퍼져서 사회로 국가로 세계로 확산되게 하는 것이 ‘세계 친절운동’의 목표이다.

 

시작은 일본의 ‘작은 친절운동’이었다. 1964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도쿄대 교수 10여명은 친절생활화 시민운동을 펼쳤다. 일본의 이미지가 아직 부정적이던 당시, 외국손님들에게 친절하고 예의 바른 일본인의 모습을 보여주자는 취지였다. 오늘날 세계인이 감탄해 마지않는 일본인들의 지극한 친절의식은 그 결과일 것이다. 이후 1997년 미국 영국 등 몇 나라 친절운동 단체들이 도쿄에 모여 회의를 하고 이듬해부터 ‘세계 친절의 날’ 행사를 시작했다.

 

“친절은 청각장애인이 들을 수 있고, 시각장애인이 볼 수 있는 언어”(마크 트웨인)라고 했다. 모든 장벽을 넘어 상대방의 가슴에 닿게 하는 힘이 있다는 말이다. “친절은 세상을 하나로 묶는 황금 사슬”(괴테)이라고도 했다. 갈등과 몰이해를 넘어 화합에 이르는 비법이라는 말이다.

 

인간에게는 남을 헤아리는 선한 본성이 있다. 본성대로 살면 평안하다. 친절을 행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줄어들고 ‘사랑의 호르몬’ 옥시토신이 분비되어서 심신이 건강해진다는 연구결과들이 그 증거이다. 그러니 친절은 장수의 비결이기도 하다.

 

작은 친절로 큰 행복의 물결을 일으키는 일에 모두 동참하면 좋겠다. 내가 웃어준 환한 미소는 누군가에게 그날 처음 맞보는 밝은 순간일 수 있다. 내가 먼저 가라고 양보해준 운전자는 또 다른 운전자에게 양보하면서 안전한 프리웨이를 만들 수 있다. 내가 톨게이트에서 재미삼아 뒤차 통행료를 내준 것이 통행료 내주기 도미노현상을 일으켰을 수 있다. 세파에 시달리며 얼어붙은 마음을 한 뼘만 열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친절은 끝이 없다.

 

한해가 저물며 심신이 추워지는 연말, 작은 친절이 세상을 따뜻하게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친절도 습관이어서 반복하다보면 몸이 먼저 움직인다. 친절한 사람,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이럴 땐 어떡하지?”… AI 조언 구하는 건물주 늘어
“이럴 땐 어떡하지?”… AI 조언 구하는 건물주 늘어

부동산 규정 해석 의뢰 많아법적 책임은 결국 건물주가부동산 변호사 조언이 안전 최근 AI에 임대 규정 해석을 의뢰하는 개인 건물주가 늘고 있다. 자칫 잘못된 해석이 나올 수 있고,

집값과 이자율만 따지면 ‘낭패’…‘재산세·주택보험료’ 확인을
집값과 이자율만 따지면 ‘낭패’…‘재산세·주택보험료’ 확인을

‘재산세·보험료’ 포함 상환액감당 가능 주거비부터 계산매매 후 예상되는 재산세 파악 최근 보험사들이 지붕 상태 확인 등 심사 기준을 까다롭게 운영 중이다. 지붕, 창문, 조경 등을

옥스퍼드대에 울려 퍼진 K팝…"상상도 할 수 없는 일"
옥스퍼드대에 울려 퍼진 K팝…"상상도 할 수 없는 일"

3천700억원 기부받은 인문관 일반 개관식 K팝 콘서트장 방불한국학센터 출범도 공식 발표…"한국학 관심 격세지감"  25일 영국 옥스퍼드대 슈워츠먼 인문학센터 일반 개관식에서 K-

"성실한 동창이었는데" 트럼프 만찬장 총격범 명문대 조교 출신
"성실한 동창이었는데" 트럼프 만찬장 총격범 명문대 조교 출신

캘리포니아 출신 31세 남성 용의자 현장 체포…칼텍 동문들 큰 충격  25일 트럼프 만찬장 총격범 용의자 콜 앨런 추정 졸업사진[링크드인 발췌.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방탄소년단, 탬파서 북미 투어 시작…12개 도시 31회 공연
방탄소년단, 탬파서 북미 투어 시작…12개 도시 31회 공연

4년만 미국 콘서트…미 방송사 "8억~9억 달러 경제효과 창출"  그룹 방탄소년단 북미 투어 포스터[빅히트 뮤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5∼26

법무장관 대행 "총격범, 대통령 노렸을 가능성"
법무장관 대행 "총격범, 대통령 노렸을 가능성"

"기차로 캘리포니아서 시카고 거쳐 워싱턴DC로…힐튼 호텔 투숙"  백악관 만찬 총격 사건 용의자[트럼프 대통령 트루스소셜.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토드

트럼프 “용의자 단독범행인듯…이란과 무관할 것으로 생각”
트럼프 “용의자 단독범행인듯…이란과 무관할 것으로 생각”

“미국인들, 오늘 사건 계기로 차이 평화롭게 해결해나가야”  기자회견하는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  기자회견하는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백악관 출

백악관기자단 만찬장서 산탄총 무장괴한 총격…트럼프 무사대피
백악관기자단 만찬장서 산탄총 무장괴한 총격…트럼프 무사대피

총성 울리자 참석자들 테이블 아래로 피신…트럼프 부부와 밴스 등 부상 없어 트럼프 “비밀경호국 등이 훌륭하게 임무 수행…용의자는 체포” FBI “산탄총으로 무장한 괴한이 보안 뚫으

하루 단 2분 운동이 수명 늘린다… 고강도 짧은 활동의 힘
하루 단 2분 운동이 수명 늘린다… 고강도 짧은 활동의 힘

■ 워싱턴포스트 특약 ‘전문의에게 물어보세요’짧지만 강한 움직임, 만성질환·사망 위험 낮춰계단 오르기·빠른 걷기 등 일상 속 활동도 효과나이 들수록 강도 중요…근력·심폐 기능 유지

성인 10명 중 1명 ‘LGBTQ+’ (성 정체성)
성인 10명 중 1명 ‘LGBTQ+’ (성 정체성)

양성애자 증가세 가팔라성소수자 절반 이상 양성애젊은 여성 LGBTQ+ 급증‘민주당·도시주민’ 비율도 ↑    여론조사 기관 갤럽의 조사에서 미국 성인의 9%는 스스로를 동성애자,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