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근 불가원’ 트럼프 활용법 찾아낸 공화 판정승
11·2 미니선거는 도널드 트럼프(사진·로이터)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건재함을 확인한 계기가 됐다. 공화당에는 ‘트럼프 파워’를 적절히 활용할 방법을 제시했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에는 ‘반 트럼프’ 정서에만 기댄 선거전이 더는 유용하지 않다는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버지니아와 뉴저지 2곳의 주지사 선거전으로 대표된 이번 선거는 ‘바이든과 트럼프의 대리전’이라는 수식어가 내내 나왔다. 취임 9개월 남짓한 바이든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이 있는 데다, 2024년 대선 재출마를 노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력을 가늠할 기회였기 때문이다.
결과는 공화당의 판정승이다. 민주당은 2곳 모두 승리를 노렸지만 버지니아는 공화당에 주지사 자리를 내줬다. 뉴저지 역시 88% 개표 기준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가 각각 49%대 득표율로 초박빙 승부를 이어간다. 텃밭으로 여기며 낙승을 기대한 민주당으로선 당혹스러운 상황일 수밖에 없다.
1년 앞으로 다가온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연방의회 권력 탈환을 노리는 공화당으로선 ‘트럼프 활용법’을 알아낸 것이 무엇보다 큰 성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종 여론조사상 공화당 지지층에서 압도적인 지지율 1위를 달리지만, 승부처인 부동층에서 상당한 반감을 보인다는 점이 맹점이다. 선거 승리를 위해 부동층 표심까지 흡수해야 하는 공화당 입장에선 트럼프 지지층만 믿고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버지니아의 글렌 영킨 후보와 뉴저지의 잭 시아타렐리 등 두 공화당 후보가 트럼프와 가까이도, 멀리도 하지 않는 ‘불가근 불가원’ 전략을 취한 것이 효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영킨 후보는 트럼프의 지지를 받는 인물이라는 점을 알리면서도 선거 유세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막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신 자신의 핵심 지지층에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를 보내 투표 참여를 독려했고, 핵심 이슈도 작년 대선 부정선거 주장의 재탕이 아닌 교육과 세금 등 정책에 맞췄다.
WP는 민주당이 트럼프 끌어들이기에 ‘올인’했다면서 트럼프와 균형 맞추기 전략을 택한 영킨 후보가 선거전에서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시아타렐리 후보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되 세금과 전염병 대유행 대응 등을 고리로 상대 후보를 공략하는 전략을 택했다는 것이 CNN의 분석이다.
반면 민주당은 두 공화당 후보를 트럼프와 철저히 연계하며 반트럼프 정서에 기댄 선거운동에 열을 올렸다. AP통신은 민주당이 반 트럼프 선거운동을 벌인 것은 타당하다면서도 이번 선거는 작년 대선처럼 반트럼프 구호만으로는 민주당이 승리할 수 없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