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정말로 어깨에 온 세상의 짐을 진 것처럼 느껴져…. 제길, 가끔은 힘들어, 하하. 올림픽은 장난이 아니거든.”
‘체조 여왕’ 시몬 바일스(24·미국)는 일요일인 25일(현지시간) 인스타그램에 이런 글을 올렸다.
세계적 기대 속에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중압감을 솔직히 털어놓으면서도 헤쳐나가겠다는 의지를 다진 것이다.
27일 바일스는 2020 도쿄올림픽 여자 기계체조 단체전에 출전했다가 한 종목만 뛰고 기권했다.
가장 자신 있는 주 종목 도마에 나섰다가 낮은 점수에 그치자 나머지 3개 종목은 뛰지 않은 것이다. 단체전은 팀당 3명씩 출전해 도마-이단평행봉-평균대-마루운동 등 4개 종목을 겨룬 뒤 합산 점수로 순위를 가린다.
숨죽인 채 경기를 지켜보던 미국 및 전세계 팬들에겐 충격적 사건이었다. 바일스 대신 다른 선수가 뛰었고 결국 금메달은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소속 선수들이 거머쥐었다. 미국팀엔 은메달이 돌아갔다.
미국체조협회는 바일스가 의학적인 이유로 기권했다고 밝혔는데 바일스는 경기가 끝난 뒤 부상은 없었다고 전했다.
바일스는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집중해야 한다. 왜냐하면 결국은 우리도 인간이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그냥 나가서 세상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을 하기보다 우리의 마음과 몸을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크게 스트레스 받는 상황에 있게 되면 정신이 좀 나가게 된다”면서 “나는 나의 정신건강에 집중하고 나의 건강과 안녕을 위험에 처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며 눈물도 보였다.
바일스는 자신 없이 단체전에서 열심히 뛰어준 동료 선수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그는 “정말 자랑스럽다. 정말로 용감하고 재능있다. 그들은 내가 그럴 수 없을 때 나서주었다. 지지해줘 고맙다. 영원히 사랑한다”고 했다.
바일스는 실제로 기권한 이후에도 벤치에서 동료들을 활기차게 응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바일스는 앞으로 남은 4개 종목별 결선에 출전할지 밝히지 않았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경기장을 떠난 바일스를 기다리고 있던 건 각계에서 쏟아지는 격려와 찬사였다.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를 땄던 전 미 체조선수 앨리 레이즈먼은 NBC방송 인터뷰에서 “얼마나 심한 압박이 있었을지 생각해보는 게 정말로 중요하다. 바일스는 인간이다. 가끔 사람들은 그걸 잊는다. 바일스는 다른 사람들처럼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직 동료 로리 에르난데스도 “바일스도 인간이다. 정말로 그녀가 자랑스럽다”고 했다.
피겨스케이팅 선수였던 애덤 리폰은 “아주 많은 사랑을 보낸다. 우리는 너를 사랑한다”고 거들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바일스가 받아야할 것은 감사와 지지다. 여전히 GOAT”라고 트윗을 올렸다.
‘G.O.A.T’(Greatest Of All Time)는 역사상 최고의 선수를 뜻하는 말이다. 워싱턴포스트(WP)와 CNN방송 등 미 언론 역시 기권에도 불구하고 바일스를 ‘G.O.A.T’로 치켜세우는 기사와 칼럼을 잇달아 게재했다.
바일스는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0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체조사를 새로 쓴다는 평가를 받아온 전설적 선수다.
그는 2018년엔 30년 이상 150명이 넘는 선수들을 상대로 성폭력을 자행한 전 미 체조대표팀 주치의 래리 나사르의 범행을 폭로하기도 했다. 나사르는 175년형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