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12일부터 셧다운
방문 미주 한인들‘불안’
한국 정부가 수도권에서 사실상 ‘야간 통금’에 준하는 최후의 방역 카드를 꺼내자 자가격리 면제 허가로 서울을 방문한 미주 한인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지난 6일 제임스 김씨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1년 반만에 한국을 방문한 아버지에게서 코로나바이러스 델타 변이로 서울이 난리하며 어디서나 마스크를 반드시 쓰고 다니라는 카톡을 받았다. 백신 2차를 다 맞았고 코로나 국면이 진정세에 들고 있다는 소식에 한국에 나갔던 아버지가 델타 변이 확산으로 4차 대유행의 초반 기세가 심상치 않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빠른 시일 내 미국으로 돌아오고 싶다며 항공권 예약 변경을 신청한 것이다.
김씨는 백신 접종을 완료한 지 4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안심하고 한국을 찾았는데 도착 이후 수도권 델타 변이 검출률이 전보다 세 배나 늘었고 미국과 달리 접종 완료율도 10%대에 머무르는 상황에 다시 위험을 느끼기 시작했다며 토로했다.
한국 정부는 오는 12일부터 수도권 지역은 셧다운에 가까운 거리두기 최고 수준인 4단계를 적용한다. 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정례 브리핑에서 “오는 12~25일 2주간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새 거리 두기 4단계와 더불어 추가 방역 대책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강화된 방역 조치는 수도권에서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하고 사적 모임 인원 제한에 백신 접종자도 포함하는 내용 등이 핵심이다. 4단계에서 다중 이용 시설은 모두 10시까지만 운영할 수 있으며 식당·카페는 10시 이후부터 포장과 배달만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주말 중 20~30대의 이동량이 늘어날 것을 우려해 서둘러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자영업자 등의 준비 시간을 고려해 다음 주에 시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김부겸 국무총리는 “현장의 국민과 부처, 지방자치단체의 준비시간을 고려해 다음 주 월요일부터 2주간 시행한다”고 밝히며 지난 일주일 간 실행된 예방접종 완료 후 입국자에 대한 자가격리 면제 조치 관련, “갑자기 (정책이) 바뀌면 혼선이 생긴다”며 유지 기조를 밝혔다.
김 총리는 이날 KBS 뉴스9 방송에 출연해 “재외국민들이 입국하기 72시간 전에 PCR 검사를 하고 음성이 나와야 한다. 들어와서 또 검사하고, 6일 이내에 다시 검사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총리는 이런 조치에 대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우려를 두고 “원천 차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해서 인도나 인도네시아와 같이 격리 면제가 안 된다고 몇몇 나라를 추가해서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전날 공개한 국립인천공항검역소 격리면제서 제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 1~5일 동안 해외에서 예방접종을 완료해 격리가 면제된 사람은 총 4,894명이었다. 하루에 1,000명 안팎이 꾸준하게 들어오는 셈이다.
<하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