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권정희의 세상읽기] 황혼 그리고 이혼

지역뉴스 | | 2021-05-07 09:09:39

권정희 논설위원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빌 게이츠 부부의 이혼 소식이 이번 주 지구촌을 흔들었다. 빌(65)과 멀린다(56) 부부의 개인사를 넘어 차후 초래될 파장과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사립 자선단체인 빌 & 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앞날은 어떻게 될지, 재단이 추진하던 질병과 가난, 코비드-19, 기후변화 등 글로벌 프로젝트들에는 어떤 변화가 올지, 1,400억 달러가 넘는 게이츠의 재산은 어떻게 분할될지, 주식시장에는 어떤 영향이 미칠지 … 호기심 섞인 전망들이 무성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인의 관심이 쏠린 것은 그들의 이혼 사유. 천문학적 부를 일구고 범지구적 프로젝트로 사회환원을 하며, 도무지 부족할 것 없어 보이던 그들이 왜 갈라서는 걸까 - 평소 안정감 있는 모범부부 이미지가 강했던 만큼 이들의 결별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이다.

 

이혼을 주도한 것은 멀린다였다. 혼전 성인 ‘프렌치’가 들어간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 명의로 이혼신청서가 지난 3일 워싱턴 주 킹 카운티 법원에 접수되었다. 이어 부부는 트위터 공동성명을 통해 “인생의 다음 장에서 부부로 같이 성장할 수 있으리라고는 더 이상 생각지 않는다”고 밝혔다. ‘빌의 일중독이 너무 심했다’ ‘멀린다가 빌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려 했다’ ‘빌이 옛 여자친구와 너무 오래 친분을 유지했다’ 등 이혼 배경과 관련한 보도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부부 사이의 일은 부부만이 아는 것. 추측이 있을 뿐이다. 확실한 것은 이들이 세 자녀를 성인으로 잘 키우고, 함께한 27년 세월을 뒤로 하고, 각자 자기 길을 가기로 했다는 사실이다. 5060 나이, 근 30년 결혼생활, 그리고 이혼 - 바로 황혼이혼이다. 미국에서는 백발이혼(Gray porce)이라고 불린다. ‘검은머리 파뿌리 되도록’ 살다가, 뒤늦게 부부가 갈라서는 이런 이혼이 요즘 너무 늘고 있다.

 

근년 미국도 한국도 이혼율이 낮아지는 추세이지만 50세 이상 부부의 이혼은 예외다. 2019년 기준, 미국의 이혼율은 결혼 1,000건 당 14.9건 꼴로 50년래 최저수준. 하지만 황혼이혼은 전체 이혼하는 사람 4명 중 한명 꼴로 1990년(10명 중 한명 꼴) 이후 2배 넘게 뛰었다. 한국에서 역시 지난해 코비드 사태로 결혼 이혼 모두 줄었지만 유독 황혼이혼만 늘었다. 황혼이혼은 현재 전체 이혼 3건 중 한건 꼴. 오래 같이 산 부부들이 왜 줄줄이 헤어지는 걸까.

 

결혼생활은 기본적으로 세 가지를 토대로 유지된다. 부부가 같이 할 일과 같이 나눌 사랑, 같이 하는 시간. 그리고 빠질 수 없는 현실적 조건인 돈.

 

바라만 보아도 행복하던 연인들은 결혼식을 기점으로 생활의 최전선에 던져진다. 생활비 벌고, 아이들 낳아 기르고, 다운페이 모아 집 장만하고, 아이들 교육시키고 … 그렇게 20여년 정신없이 뛰면서 아이들 모두 대학에 보내고 나면 부부 앞에 놓이는 현실은 ‘빈 둥지’ - 흰머리 듬성듬성해진 부부가 텅 빈 집에서 마주 앉는다. 부부를 묶어줬던 자녀양육 프로젝트는 끝나고, 젊은 날 뜨거웠던 사랑은 기억에서 가물가물하고, 아이들 없이 지내본 적이 없으니 둘이서 뭘 해야 할지 모르는 난감한 시간이 펼쳐진다.

 

황혼의 이 낯선 시간에 찾아드는 것은 홀가분함과 허전함. ‘부모로서의 의무를 다했으니 이제 자유’라는 홀가분함, ‘아이들이 다 떠났다’는 허전함이다.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지면서 찾아드는 것은 ‘앞으로의 내 인생’에 대한 상념. 오랜 세월 잊고 있던 ‘나’를 돌아보게 한다.

 

여성이 남성보다 황혼이혼에 적극적인 이유는 ‘잃어버린 나’와 상관이 있다. 평생 ‘나’를 죽이며 살아야 했던 여성들, 남편에 대한 불만이 컸던 여성들이 ‘아이들 대학에 보내면’ ‘아이들 결혼시키면’ 하며 벼르다가 결단을 내리는 것이 이때다. 여성의 경제적 자립능력이 커진 만큼 “더 이상 참고 살지 않겠다” “내 인생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는 의지가 강하다.

 

황혼이혼이 늘어나는 근본적 이유로는 길어진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이 꼽힌다. 환갑이면 노인이던 이전 세대와 달리 요즘 60은 너무 젊고 건강하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대략 30년. 그래서 50~75세는 인생 제3막으로 분류된다. 성장기와 성년기의 1~2막을 거쳐 노년기로 들어가기 전, 재미있고 의미 있게 새로운 삶을 추구할 수 있는 중간단계라는 것이다. 미국의 베이비부머들이 결혼생활이 행복하지 않을 경우 부부 합의 하에 사이좋게 결별하는 추세, 그와 비슷한 한국의 졸혼 현상은 ‘인생 제3막’과 상관이 있다.

 

수마트라 섬 밀림지대에는 샤망이라는 큰긴팔원숭이가 살고 있다. 암수 한쌍이 새끼를 낳아 가족을 이루며 사는 유인원이다. 샤망부부는 매일 아침 일어나면 노래를 부르는데(자신들의 영역을 알리는 것) 연륜이 쌓이고 부부간 정이 깊어질수록 이중창 실력이 좋아진다고 한다. 한편 동물원에서 억지로 짝을 짓게 하면 샤망부부가 새끼는 낳아도 같이 노래를 부르지는 않는다고 한다. 부부간 교감이 없기 때문이다.

 

황혼에 같이 노래 부를 마음이 없는 부부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이중창이든, 골프든, 신앙/봉사활동이든 정서적으로 교감하며 인생 제3막을 함께 써나가겠다는 시도 혹은 의지가 필요하다. 부부가 소 닭 보듯, 원수 대하듯 하며 허비하기에 남은 세월은 너무 길고, 남은 인생은 너무 아깝다.

 

<권정희 논설위원>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GA 400 맥기니스 페리 로드 인터체인지 개통
GA 400 맥기니스 페리 로드 인터체인지 개통

고질적 교통체증 해소 전망 포사이스 카운티의 고질적인 교통 체증이 해소될 전망이다. 수차례의 지연 끝에 조지아 400번 도로(GA 400)의 새로운 맥기니스 페리 로드의 인터체인지

귀넷 한인학생 2명 사관학교 진학
귀넷 한인학생 2명 사관학교 진학

알렉산더 리, 육군사관학교제니 리, 해군사관학교 입학 귀넷 카운티 출신의 한인 고등학생 2명이 미 연방 사관학교에 최종 합격하며 군 장교의 길을 걷게 됐다. 앤드류 클라이드(공화·

“보이자마자 쓸어 담는다” 엄마들 밤샘 오픈런…리셀가 몇백 배 폭등한 2.99달러대 가방, 뭐길래?
“보이자마자 쓸어 담는다” 엄마들 밤샘 오픈런…리셀가 몇백 배 폭등한 2.99달러대 가방, 뭐길래?

미국 트레이더 조 여름 한정 미니 토트백 출시 직후 매장마다 품절…SNS까지 들썩 3달러 가방, 리셀가 수백 배까지 치솟아 단돈 3달러짜리 장바구니가 또다시 미국 소비자들을 매장

허드슨테일러대 동문회 '모교에 장학금' 전달
허드슨테일러대 동문회 '모교에 장학금' 전달

26일 동문회 장석민 총장에 전달3개 석사과정 승인, 가을부터 교육   허드슨테일러대학교(윤석준 이사장, 장석민 총장) 동문들이 모교에 장학금을 전달했다. 6월 26일, 허드슨테일

한국전쟁 76주년 행사 "잊지않겠습니다"
한국전쟁 76주년 행사 "잊지않겠습니다"

한미 양국 참전용사 다수 참석참전용사 희생과 헌신에 감사 6.25 한국전쟁 76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재향군인회 미남부지회(회장 장경섭)는 25일 오후 5시 로렌스빌 라루체 시어터에

귀넷 쓰레기 처리 13개 도시와 통합관리
귀넷 쓰레기 처리 13개 도시와 통합관리

향후 10년 내다보는 관리계획 수립 귀넷 카운티와 관내 13개 도시가 향후 10년을 내다보는 대규모 쓰레기 및 고형 폐기물 관리 계획 수립에 나섰다. 이번 계획은 급증하는 인구와

PCB Bank 제 9 회 장학생 시상식 개최
PCB Bank 제 9 회 장학생 시상식 개최

41명에게 3000달러씩 지급 PCB Bank(행장 헨리 김)가 6 월 25 일(목요일) 제 9 회 장학금 수여식을 온라인으로 개최하고, 총 41 명의 대학 진학 예정 고등학생들에

“멋진 단풍놀이 다녀오세요” 한인회에 성금
“멋진 단풍놀이 다녀오세요” 한인회에 성금

큐사랑 케이 김 대표 5천 달러 기부 큐사랑의 케이 김(Kay Kim) 대표는 지난 24일 애틀랜타한인회(회장 박은석)에 다가오는 가을, 한인 동포들이 즐거운 단풍놀이를 다녀올 수

“이민법원 체포 금지” 추방 드라이브 제동
“이민법원 체포 금지” 추방 드라이브 제동

ICE 무차별 단속 제한 가주 연방 법원 판결 전국적으로 즉시 효력 연방 이민법원에 출석한 이민자들을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이 현장에서 체포할 수 있도록 한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법원, 트럼프 우편투표 제한 행정명령 제동
연방법원, 트럼프 우편투표 제한 행정명령 제동

“대통령에 선거통제 권한 없다” 무효 판결시민권자 명부 작성·우정국 감독권 ‘위법’백악관 반발…‘SAVE 아메리카 법안’ 강행  연방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우편투표 제한 행정명령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