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에서 미국 국경을 넘어 불법 입국하려 한 이민자의 수가 지난달 15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 CNN 방송은 연방 세관국경보호국(CBP) 예비자료를 인용해 지난달 미국으로 밀입국하다가 구금된 이민자는 17만1,700명으로 전월보다 70% 늘었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2006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보호자 없이 국경을 넘은 미성년자는 지난달 1만8,700여 명으로 사상 최다로 집계됐다고 CNN방송이 전했다. ‘나홀로’ 밀입국하려 한 미성년자 수는 종전 최다였던 2019년 5월(1만1,000여 명)보다 많고 전월(9,450명)의 2배, 지난해 2월(3,490명)의 5배 이상이다. 가족 단위 이민자는 5만3,500명으로 전월(1만9,246명)의 2.7배로 증가했다.
중미와 멕시코 등에서 미국 국경으로 밀려드는 이민자는 지난 1월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에 가장 골치 아픈 문제 중 하나다. 코로나19과 지난해 중미를 강타한 허리케인으로 먹고살기가 더 어려워진 이들이 새 삶을 꿈꾸고 미국행에 나서고 있다.
특히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은 미성년 이민자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미국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중이던 지난해부터 코로나19 방역을 명목으로 이민자를 추방했는데, 바이든 정부는 보호자 없는 미성년자는 추방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이 때문에 자녀 혼자만이라도 미국으로 보내는 이가 늘어나면서 미국 남부 국경의 임시 보호시설은 미성년 이민자로 가득 찼다.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도 상당수는 추방을 면할 수 있어 수가 급증했다. 로버타 제이콥슨 백악관 국경문제 담당 수석 보좌관은 “(미국행 이민자가) 평소보다 많지만, 특정 시점부터 감소하게 될 것”이라면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인도적 지원, 직업훈련, 교육, 식량원조 등”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