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등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인종차별 및 증오범죄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한인들이 다수 거주하는 오렌지카운티의 은퇴자 거주 실버타운인 ‘실비치 레저월드’에서 최근에 세상을 떠난 한인의 유가족에게 인종차별적 증오 내용을 담은 익명의 편지가 배달되는 사건까지 일어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사건은 고인의 딸이 경찰에 신고를 하고 이 지역을 관할하는 미셸 박 스틸 연방하원의원 사무실에 피해 사실을 알리면서 경찰이 증오범죄 관련 수사에 착수했고, 미셸 박 스틸 의원 측도 실버타운 매지니먼트 측에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실비치 경찰에 따르면 지난 22일 실비치 레저월드 시니어 타운에 거주하다 최근 세상을 떠난 최모씨의 가족에게 인종차별적 내용을 담은 증오·협박 편지가 익명으로 우송됐다.
경찰에 신고를 한 딸 클라우디아 최씨는 부친의 장레식을 마치고 돌아온 날 우체국 소인이 찍힌 익명 편지를 받았는데, 남편을 잃고 슬픔에 빠져 있는 어머니와 가족들을 향해 아시안을 증오하는 위협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가족의 안전에 우려를 느껴 신고를 했다고 밝혔다.
딸 최씨의 제보를 받아 미셸 박 스틸 의원 사무실이 23일 공개한 편지는 “이제 병(고인의 이름)이 없어졌으니 레저월드에서 참아내야 할 아시안이 줄어들었네. 빌어먹을 아시안들이 우리 미국인 커뮤니티를 점령하고 있다. 여기에 사는 모든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 이건 진심이다. 조심해라! 짐 싸서 네 나라로 돌아가라”고 손 글씨로 쓴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이번 사건을 아시안 증오범죄로 보고 편지의 작성자를 찾기 위해 DNA 및 지문을 채취해 분석하고 필적 분석과 주변 탐문 및 감시카메라 조사 등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필립 곤샤크 실비치 경찰국장은 “우리 커뮤니티 구성원에 대한 차별과 증오는 역겨운 일이며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며 “아시아계 주민들에 대한 폭력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실비치에서는 이런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확보된 모든 단서들을 추적해 철저하게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셸 박 스틸 의원 사무실 측도 실비치 레저월드 매니지먼트사인 골든 레인 파운데이션(GRF)에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고, GRF가 소집한 긴급회의에 참여해 조사 과정을 참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보 전화 (562)799-4100 ext. 1113, 이메일 jainley@sealbeachca.gov
<하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