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사업체 매매 건수가 경기 대침체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사업체 매매는 급감한 반면 수익성이 높은 사업체에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사업체 매매 가격과 수익성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사업체 매물 정보 업체‘비즈바이셀’(BizBuySell)이 지난해 사업체 매매 동향을 분석했는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지난해 사업체 매매가, 수익성 급등
배달 식당, 주택 수리 업종 인기
◇ 매매 건수 2009년 이후 가장 큰 폭 감소
비즈바이셀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소규모 사업체 매매 건수 총 7,612건으로 2019년(9,764건)에 비해 약 22%나 줄었다. 경기 대침체가 시작된 2009년(전년 대비 약 28% 감소) 이후 두 번째로 큰 감소 폭이다.
분기별로는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2분기 매매 건수가 약 1,481건으로 가장 적었다. 이후 3분기부터 사업체 매물에 대한 수요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매매 건수는 약 2,062건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경기 부양법’(CARES ACT) 종료와 연장 불확실성 여파로 4분기 매매 건수는 다시 약 1,844건으로 떨어졌다.
매매는 큰 폭 감소 기록했지만 수익성이 높은 사업체와 팬데믹 특수 사업체에 투자가 몰리면서 매매 가격과 매매 사업체의 수익성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사업체 중간 매매 가격은 약 27만 9,950 달러로 비즈바이셀 조사 이후 가장 높았다.
또 매매된 사업체의 중간 현금 흐름 규모는 2019년 대비 약 10.7% 상승한 연간 약 13만 5,567달러였으며 중간 매출 역시 전년대비 약 8.2% 높아진 연간 약 61만 3,341달러로 집계됐다.
◇ 6월부터 ‘코로나 특수’ 사업체에 투자 몰려
지난해 초만 해도 사업체 매매 시장의 전망은 매우 밝았다. 베이비 부머 세대 사업주들이 수익성이 좋은 사업체 매물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사업체 매매가 활발히 이뤄졌다.
지난해 1분기 매매된 사업체는 약 2,225건으로 지난해 전분기를 통틀어 가장 많았다. 그러던 중 3월 내려진 전국적인 봉쇄령과 함께 사업체 매물 수는 물론 투자자 수가 급감하면서 사업체 매매 활동이 하루아침에 실종되다시피했다.
게다가 사업체 구입을 위한 은행의 대출 조건마저 강화되면서 사업체 구입에 어려움을 겪는 투자자가 급증했다. 결국 3월 사업체 매매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43%나 급감하기에 이르렀고 이 같은 하락세는 4월에도 이어졌다.
그러나 5월부터 운영을 재개한 사업체가 늘면서 사업체 매매 시장을 떠났던 사업체 투자자들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사업체 투자자들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급매물 또는 반대로 코로나 특수로 수익성이 높아진 매물 등에 몰렸는데 코로나 팬데믹에 영향을 받지 않는 사업체에 대한 매매가 집중됐다.
6월 들어 코로나 특수 매물에 대한 매매가 크게 늘면서 당시 실시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사업체 매매 에이전트의 약 60%가 사업체 매매 실적이 전년에 비해 개선됐다고 답했다.
◇ 패스트푸드 식당, 주택 수리 관련 필수 업종 큰 인기
투자자들이 많이 찾는 사업체는 매출 규모가 큰 요식업종으로 그중에서도 영업 제한 명령에 영향을 받지 않는 피자, 베이글 식당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
냉난방 및 전기 수리 업체를 운영하는 래리 리 대표는 “우리 업종은 필수 업종으로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수리 요청이 늘었다”라고 코로나 팬데믹과 관련된 업종의 특수성을 설명했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준 K. 부시 대표도 “필수 업종이라는 비즈니스 특성상 지난 7년간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대부분의 사업체가 영업 제한 등으로 수익성이 떨어진 가운데 배달 업종, 물류 업체, 패스트푸드 식당, 전자 상거래 사이트 등 일부 업종은 코로나 특수로 수익이 치솟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들 업종을 보유한 사업주들은 지난해 사업체 거래 감소세에도 ‘셀러스 마켓’ 혜택을 톡톡히 누렸다.
지난해 매매된 사업체 중 약 54%는 이른바 코로나 특수 업체들이었으면 이중 약 24%는 코로나로 수익이 오히려 증가한 사업체들이었다.
◇ 현금 흐름 대비 매매 가격 약 2.38
지난해 매매된 사업체 중 매매 가격이 100만 달러 이상인 거래는 약 15%를 차지했다. 매매가 100만 달러 이상 사업체의 중간 현금 흐름 규모는 연간 약 51만 7,510달러였으며 시장에 나온 지 약 203일 만에 팔린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지난해 매매된 전체 사업체의 중간 현금 흐름 규모는 약 13만 5, 567달러, 팔릴 때까지 걸린 기간은 약 193일을 기록했다.
사업체 매매가 트렌드를 보여주는 ‘배수’(Multiple)의 경우 100만 달러가 넘는 사업체가 전체 사업체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매매 가격 100만 달러 이상 사업체의 현금 흐름 배수는 약 3.55로 전체 매매 사업체의 약 2.38보다 높게 형성됐다.
현금 흐름 배수는 매매가를 현금 흐름(연간 순 영업이익)으로 나눈 수치로 사업체 매입을 위해 투자한 금액이 회수되는 시기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현금 흐름 배수가 2.38은 매매 당시 영업 이익이 유지될 경우 2.38년쯤 지나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매매가를 연간 매물로 나눈 매출 배수는 100만 달러 이상 사업체가 약 0.88로 전체 사업체(약 0.61)보다 높았다.
◇ 실업자, 은퇴자 사업체 투자에 뛰어들어
지난해 급증한 실업자들이 사업체 투자에 뛰어드는 현상도 나타났다. 지난해 사업체를 매매한 투자자 중 약 26%가 자신을 신규 실업자라고 밝혔고 약 36%는 기존 직장에 만족하지 않아 새 사업을 시작한 투자자들이었다. 사업체 중개 업체 ‘라우트 브로커스’의 케네스 수스만 중개인은 “코로나 팬데믹이 그동안 자신만의 사업체를 운영하고 싶었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 계기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기존 사업체 보유자들도 코로나 팬데믹을 사업 확장의 기회로 삼았다. 코로나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급매로 나온 사업체들이 이들 기존 사업체 보유자들의 주요 매매 대상이 됐다. 사업체 중개인들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체 매물을 찾아달라는 요청 중 약 30%는 사업 확장을 계획하는 기존 사업체 보유자들이었다.
은퇴자들에 의한 사업체 구입 관심도 크게 늘었다. 현재 사업체 보유자 중 추가 사업체 매물을 찾는 투자자의 약 25%가 은퇴 연령층인 베이비 부머 세대였고 사업체를 처음 운영하기 위해 매물을 찾는 투자자의 약 30%로 베이비 부머 세대였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