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은 4일 취임 후 처음으로 국무부를 찾아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독트린을 이렇게 천명했다. “힘이 아니라 모범을 보여 세계를 이끌 것”이라던 당선인 시절 언급을 하나씩 구체화하는 셈이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4년간 망가진 미국의 국제 위상 회복을 위해 동맹을 복원하겠다고 했고,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최 같은 가치 지향 의지도 분명히 했다. 중국과 러시아를 위협이자 경쟁자로 규정하면서도 대화와 협력 가능성은 남겨뒀다. 다만 한미관계나 북핵 문제 등에 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워싱턴 국무부 청사를 방문했다. 지난달 20일 취임 후 첫 정부 부처 방문지로 외교 담당 국무부를 택한 것은 미국 외교의 세계 무대 복귀를 강조하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취임사가 국내 이슈 중심이었던 만큼 이날 발표한 ‘세계에서 미국의 위치’ 연설은 사실상 외교정책 기조로 해석된다.
■동맹
그는 이날 여러 발언에서 동맹을 강조했다. “동맹을 복원하고 다시 세계에 관여(engage)할 것”“미국의 동맹은 우리의 가장 큰 자산” 등의 표현이 대표적이었다. 지난 2주간 한국을 비롯해 영국 독일 프랑스 정상 등과 통화한 사실을 거론하며 동맹과의 협력 회복도 언급했다. 전임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원칙 폐기를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외교정책을 바로잡는 차원에서 독일 주둔 미군 철수계획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우리의 군사력이 우리 외교정책과 국가안보 우선순위에 적절하게 부합하도록 ‘해외주둔미군재배치계획(Global Posture Review)’을 주도할 것”이라며 “이 검토가 진행되는 동안 주독미군 철수를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의 경우 ‘국방수권법’ 상 쉽게 감축을 할 수 없고, 바이든 대통령 역시 주한미군 철수 검토 카드를 쓰지 않겠다고 대선 기간 밝힌 상태다.
■민주주의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민주주의적 가치에 뿌리를 둔 외교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 수호, 기회 옹호, 보편적 권리 유지, 법치주의 존중, 모든 사람의 존엄 등도 언급했다.
이 연장선상에서 미얀마 군부 쿠데타를 언급한 뒤 “버마 군부는 권력을 포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소수자(LGBTQ) 난민과 망명자 보호, 연간 난민 한도 12만5,000명으로 상향 계획도 공개했다.
특히 집권 초 세계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최 의지를 다시 확인하며 인권과 민주주의를 경시하는 권위주의 국가에 경고장도 날렸다.
■중국과 러시아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선 협력과 경쟁 양 측면이 모두 언급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경쟁관계라는 점을 지적하고 도전에는 맞서겠다고 했다.
러시아의 경우 미러 양국의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 5년 연장 같은 협력 사례도 제시했다.
<정상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