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원내대표, '음모론 신봉' 그린 의원 비판…상임위 축출엔 반대
'트럼프 탄핵 찬성' 체니 의원, 의원총회 의장직 사퇴 압박받아
공화당이 초선 하원의원 한 명과 당 권력서열 3위인 의원총회 의장의 운명을 두고 분열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당을 장악한 지도자가 사라진 공화당의 미래를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3일 워싱턴포스트(WP)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이날 마조리 테일러 그린 의원을 상임위원회에서 퇴출하는데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린 의원은 극우 음모론 단체 큐어넌(QAnon)을 신봉하는 점과 과거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을 '총기 규제론자들의 위장 작전'이라고 주장한 점 등 때문에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정선거 주장에도 동조하는 '충성파'로 이번 주 초 플로리다주(州)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칩거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다.
민주당은 그린 의원을 상임위원회에서 축출하고자 결의안까지 발의했다.
그는 '알짜'로 꼽히는 예산위와 교육·노동위에 배정된 상태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이날 성명에서 그린 의원의 과거 발언들이 "깊은 상처들을 남겼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린 의원에게 "더 나간 언행을 보이면 저지하겠다"라고 경고하고 이제는 하원의원으로서 일반시민일 때보다 더 높은 기준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충고도 했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그린 의원을 비판하면서도 그를 상임위에서 빼라는 요구엔 굴복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이 "당파적 권력장악을 위해 사안에 열을 올린다"라면서 민주당 소속 일한 오마르 의원이 재작년 '반(反)유태적 수사'를 했을 때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아 이중잣대를 적용한다고 지적했다.
매카시 원내대표 성명은 스테니 호이어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가 그린 의원을 상임위에서 축출하는 결의안을 4일 표결에 부치겠다고 발표한 이후 나왔다.
운영위원회에서 결의안이 통과되려면 공화당에서도 찬성표가 나와야 한다.
그린 의원은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받는데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공화당의 암'이라고까지 불렀다.
그는 당내 비판에도 굴하지 않는 모습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를 중심으로 인기도 올라가며 매코널 원내대표의 비판 이후 16만달러(약 1억8천만원) 이상 후원금 모금에 성공했다.
공화당 분열 지점은 그린 의원만이 아니다.
당 권력서열 3위인 리즈 체니 의원을 두고도 분열이 나타난다.
체니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찬성표를 던졌고 이에 당내 일각에서 의원총회 의장직서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는 의장직 유지 여부가 결정될 이날 비공개 의원총회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의회 의사당 난입사태를 촉발했다고 재차 지적하면서 "대통령이 자신의 직책과 헌법수호 선서를 이처럼 심하게 배신한 적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체니 의원은 탄핵안에 찬성한 것을 "사과하지 않겠다"라고도 말했다.
공화당 지도부는 체니 의원을 지지한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쉬는시간 취재진과 만나 "리즈에겐 양심에 따라 투표할 권리가 있다"라면서 "각자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이번 주 초 성명에서 "체니 의원은 소신과 이를 행동으로 옮길 용기를 가진 국가와 당에 중요한 지도자"라면서 "국가가 중대한 문제를 직면한 상황에서 그가 계속 일하길 고대한다"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