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마지막길 배웅 안한 펜스, 바이든 취임식에 트럼프 대신 참석
트럼프는 1869년 이후 첫 후임자 취임식 패스…4년뒤 당내 경쟁자될 가능성도
떠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이 마지막날까지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지난 4년간 찰떡궁합을 자랑했던 넘버 1·2가 막판 대선결과 승복 여부와 의회 난동 사태를 계기로 완전히 결별한 듯한 모습이다.
펜스 전 부통령은 20일 오전 백악관을 완전히 떠나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환송하지 않았다.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열린 정식 환송행사에 불참한 것은 물론 트럼프 전 대통령 부부가 백악관에서 전용헬기 '마린원'에 탑승하는 자리에도 나오지 않은 것이다.
후임자를 대하는 태도도 완전히 달랐다.
펜스 전 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평화적 정권 이양을 상징한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침 일찍 백악관을 떠나 향후 거주할 플로리다주로 날아가 버렸다.
후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1869년 앤드루 존슨 전 대통령 이후 트럼프가 처음이다.
취임식 아침에 백악관에서 후임 대통령에게 커피 한 잔을 대접하며 담소를 나누는 전통을 깨뜨린 것도 물론이었다. 다만 후임자에게 편지를 남기는 관례는 지켰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트럼프 환송행사가 열린 공군기지에는 스피커로 1980년대 인기 팝송 '글로리아'가 울려퍼졌는데 의사당 난동 사태가 벌어진 지난 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시위대 앞에서 연설하기 직전에도 이 곡을 틀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지적했다.
이에 반해 펜스 전 부통령은 트럼프 환송식을 건너뛰고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대조를 이뤘다.
끝까지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던 트럼프와 달리 펜스는 지난 14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과 통화하고 당선을 축하했다.
공식 취임식 한 시간 전 아내인 캐런 펜스 여사와 함께 도착한 펜스 전 부통령은 불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신해 마스크를 쓰고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수많은 최측근 인사들과 결별한 트럼프의 곁을 묵묵히 지키던 펜스 부통령마저 막판 멀어진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6일 대선 결과 인증을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를 주재한 펜스 전 부통령에게 '결과를 뒤집어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면서부터다.
펜스 전 부통령이 자신에게는 그럴 권한이 없다고 거부하자, 밖에서 시위하던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사당에 난입해 회의를 중단시키는 초유의 사태를 벌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크게 실망한 펜스 전 부통령은 사실상 트럼프 전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의 관계는 퇴임 후에도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날 마지막 연설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되돌아올 것"이라며 4년 뒤 대선 재도전 의지를 밝혔으나, 의회 난동 사태로 입지가 좁아진 트럼프를 대신해 펜스 전 부통령이 향후 공화당 대선주자로 거론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