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이·취임을 앞두고 극적인 불협화음을 노출했다. 코로나19 방역을 둘러싼 견해차를 넘어 정권 인수인계가 사실상 마비된 정황으로도 관측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 영국, 브라질에서 오는 미국 국적이 없는 여행객들에게 코로나19 방역대책의 일부로 부과되고 있는 입국제한을 해제한다고 18일 행정명령을 통해 밝혔다.
이에 따라 이들 지역을 대상으로 작년 3월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입국제한 조치는 오는 26일 일괄 해제될 예정이다. 다만 중국과 이란은 방역에 비협조적이라는 이유로 입국제한 대상에서 제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입국자들에게 코로나19 음성판정이나 완치 증명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제도를 지난주에 도입했기 때문에 입국제한을 풀어도 된다고 설명했다. 항공업계와 유럽국가들은 백신 보급과 검사 강화로 방역 수위를 높일 수 있다며 포괄적 입국제한을 풀어달라고 그간 미국 정부에 요구해왔다.
그러나 바이든 당선인 측은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이 발표되자마자 뚜렷한 견해차를 강조하며 시행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 지명자는 “우리 의료 고문단의 조언에 따라 정부(바이든 행정부)는 오는 1월26일 입국제한을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사키 대변인은 “사실 우리는 코로나19 확산을 더 억제하기 위해 국제여행을 둘러싼 공공보건 대응조치들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임기를 단 이틀 남겨두고 정부의 출입국·보건 정책을 둘러싸고 불거진 이날 촌극은 순탄하지 않은 정권교체를 보여주는 단면으로 주목된다.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응과 같은 중대 사안에 비협조적으로 일관해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결과에 불복해 국민에 저항을 선동해왔으며 임기 말임에도 예전보다 더 왕성하게 국내 규제와 대외 제재를 강행해왔다. AF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과 바이든 당선인의 신속한 부정에서 미국의 정권교체 갈등이 잘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특히 뉴욕타임스는 “보통 퇴임을 앞둔 정상은 차기 정상과의 협의 없이 새로운 조치를 시행하지 않는다”며 양측의 소통 부재를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