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위군·군용차량 깔린 워싱턴DC ‘전면봉쇄’ 요새화…텅빈 ‘유령도시’
‘주의사당 테러 우려’ 일부주 비상사태…폭탄테러 대비 우체통 철거·탐지견 등장
오는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둔 주말 동안 취임식이 열리는 워싱턴DC가 전면봉쇄, 요새화되는 등 50개 주 전역에 비상이 걸렸다.
친트럼프 세력의 무장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계획되고 있다는 당국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연방정부와 주 정부들이 삼엄한 경계 태세에 들어가면서 준전시 상황을 방불케 했다.
◇워싱턴DC에 병력 2만5천명 투입…"경찰국가 같은 모습"
수도 워싱턴DC에는 첫 흑인 대통령 탄생으로 테러 우려가 제기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2009년 취임식보다 배 이상 많은 2만 명의 주 방위군이 투입되고 이를 2만5천 명까지 늘릴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이런 병력 규모는 현재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시리아에 주둔하는 미군을 합친 것보다 크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 전했다.
취임식장인 의사당 앞 내셔널몰에는 과거 수십만 인파가 몰렸지만, 올해는 이미 봉쇄에 들어가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 또는 금지됐다.
군용 차량들로 시내 곳곳이 막혀 있었고, 백악관과 의사당을 잇는 내셔널 몰 인근의 지하철역도 모두 폐쇄됐다. 워싱턴DC 내 주요 도로의 통행 역시 차단됐다.
백악관과 의사당, 기타 연방정부 건물, 내셔널 몰 주위로는 높은 철조망까지 세워지는 등 워싱턴DC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수준으로 사실상의 셧다운 상태였다.
CNN방송은 이런 상황을 두고 "한 때 민주주의의 '왕관 보석'으로서 전 세계가 존경했던 워싱턴DC가 지금은 경찰국가와 같은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50개주 정부도 '철벽 방어' 태세…일부는 비상사태 선포
연방수사국(FBI)은 주말인 16일부터 취임식 날인 20일까지 미전역의 주 의회에서 극우 집단의 무장 시위 가능성을 경고한 상태다.
이에 따라 50개 주 정부 역시 보안을 대폭 강화하고 주 방위군과 경찰 등 치안 인력 배치를 대폭 늘렸다. 특히 초박빙 승부 끝에 바이든 당선인이 승리한 주와 공개장소에서 총기를 소지할 수 있는 주들의 경우 긴장도가 더 높았다.
CNN방송에 따르면 플로리다와 메인주는 주 의사당 주변에 방위군을 이미 배치했다.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미시간, 버지니아주는 주 의회 주변에 철조망을 설치하고 시위대 통제를 위한 추가 조처를 했다. 펜실베이니아주는 아예 장벽을 세웠다.
켄터키와 텍사스주는 주 의사당 부지를 일시적으로 폐쇄했다.
지난해 중무장 시위대가 의사당에 몰려든 악몽을 경험한 미시간주는 의사당 내 총기 휴대를 금지했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미시간주 상원과 하원은 취임일 전후의 회의 자체를 취소했다.
미시시피주는 의사당 주변에 폭발물 탐지견까지 투입했다.
버지니아, 메릴랜드, 뉴멕시코, 유타주에선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이 가운데 버지니아주는 매년 수천 명의 총기 소유 옹호론자들이 모였던 집회가 오는 18일 예정된 상황이라 의사당 광장을 폐쇄해 버렸다.
오리건주는 의사당 폭력 위협 정보를 수집하고 공유하기 위해 지휘 본부를 구성했고, 일리노이, 위스콘신주는 의사당 1층 창문에 판자 가림막을 설치했다.
뉴저지주는 주 정부 직원들에게 취임식 당일 재택근무를 지시했다.
연방우체국(USPS)은 사제폭탄이나 폭약 설치 관련 위협을 차단하기 위해 18개 주 내 일부 관할구역에서 우체통 철거 조처를 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실제로 지난 6일 의회 폭동 당일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와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본부 건물에서 타이머가 달린 폭탄이 발견됐다.
◇대부분 시위 17일로 예정…16일 '유령도시'처럼 텅빈 워싱턴DC
이처럼 미전역이 제2의 의회 난입 사태를 막기 위한 철통 방어 태세에 돌입한 가운데 대부분의 시위는 일요일인 17일에 예고된 상태다.
친트럼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17일 무장 시위에 참여하자는 게시글이 다수 올라온 상황이라고 CNN방송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무장세력은 시위가 당국이 설치한 '함정'이라고 주장하며 참여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이 방송은 덧붙였다.
지난 15일 저녁에는 버지니아주에 거주하는 남성 웨슬리 앨런 빌러(31)가 미승인 취임식 입장권을 소지한 채 9㎜ 글록 권총과 실탄 최소 500발을 자신의 트럭에 싣고 워싱턴DC의 연방 의사당 쪽으로 진입하려다 경찰의 검문을 받고 체포되는 일이 발생했다.
빌러는 자신이 사설 보안업체 직원이라고 주장하면서 차에 권총이 있는 줄 모른 채 집을 나섰다가 길을 잃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요일인 이날 워싱턴DC의 거리가 사실상 텅 빈 모습이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의사당 인근 도로는 폐쇄됐고 도심 곳곳에 전투복 차림의 주 방위군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다른 주도 의사당 등 인근에서 시위대의 모습은 목격되지 않았다고 언론은 전했다.
텍사스주 주도 오스틴에서는 경찰이 만반의 대비에 나선 가운데 소규모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만 모습을 드러냈고, 미네소타주 주도 세인트폴 주의회 앞에선 선거 사기를 주장하는 무리가 등장했으나 50여 명 수준이었다.
오리건 주도 세일럼에서도 '트럼프를 탄핵하지 말라'는 팻말을 든 시위자들이 눈에 띄었지만 소수였으며 유타주 한 단체는 17일로 예정됐던 총기 옹호 집회를 취소했다.
◇'하원 장악' 민주, 의사폭동 관련 조사 착수
민주당이 다수의석을 차지한 하원은 이날 의사당 난입 사태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CNBC방송 등이 전했다.
하원의 애덤 시프 정보위원장, 베니 톰슨 국토안보위원장, 캐럴린 멀로니 감동위원장, 제럴드 내들러 법사위원장 등 4명은 이날 FBI를 비롯한 정보·안보 기관에 서한을 보내 이 사건에 대해 현재까지 파악된 정보, 외부 세력 개입 여부 등에 관한 서류와 브리핑을 요청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이번 사건은 의회경찰 등 치안요원의 놀라운 용기에 관한 것임과 동시에 폭력적인 범죄자들의 반란, 그리고 정보·보안 차원에서 고위 당국자들의 명백한 실수에 관한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