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새콤달콤 제주 감귤 품종 94%는 일본에서 왔다

지역뉴스 | 라이프·푸드 | 2021-01-04 10:10:11

제주감귤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이 겨울, 귤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집 앞 마트에서 대강 골라 한 봉지를 사오며 새삼 귤의 존재에 감사했다. 1㎏에 5,000원 안팎으로 싼 데다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새콤달콤함의 균형이 잘 맞아 맛도 제법 좋다. 사시사철을 통틀어 봐도, 눈치라고는 없는 단맛이 줄줄 넘쳐나는 과일 세계에서 드물게 제 몫을 단단히 한다. 

어찌 보면 샤인머스캣과 귤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 수는 있다. 포도는 포도이고 귤은 귤 아닌가. 하지만 지갑을 여는 입장에서는 어느 단계를 넘어서면 그게 그것처럼 되어 버린다. 귤은 맛의 표정이 다채롭지만 샤인머스캣은 단조롭다. 게다가 굳이 무게 대비 가격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귤이 엄청나게 더 싸다. 대폭 할인이 들어간 샤인머스캣 한 송이 가격으로 귤은 10㎏ 넘게 살 수 있다. 이래저래 귤의 압승이다.

웬만한 겨울철 귤은 어디서 어떤 걸 집어와도 먹을 만하다. 이런 귤이 하늘에서 그냥 뚝 떨어진 건 아니다. 실제로 경험도 해봤다. 미국에서 첫 겨울, 한국 식품점에서 귤처럼 생긴 과일을 발견하고는 얼씨구나 좋다고 집어 들었다. 겨울엔 역시 귤이지. 똑같이 예쁘고 맨들맨들하게 생겼건만 내가 사온 과일은 귤이 아니었다. 어째 껍질이 과육에 찰싹 달라붙어 잘 벗겨지지 않는 것부터 미심쩍다 싶더라니, 입에 넣어보니 찌푸린 얼굴을 다시 펼 수 없을 정도로 신맛이 강했다. 게다가 씨는 또 어찌나 많은지. 구겨진 표정을 채 펴지도 못한 채 연신 씨를 뱉어 내면서 왠지 속았다는 기분에 억울했다. 알고 보니 그건 만다린이었다.

 

■제주 귤, 109년전 일본에서 건너와

귤부터 각종 오렌지, 그레이프프루트(자몽)에 이르는 시트러스류(citrus, 귤속)의 가계도는 매우 복잡하다. 월간 내셔널지오그래픽 2017년 2월호 기사에 의하면 다섯 종류가 시트러스 대부분의 조상으로 꼽힌다. 만다린과 포멜로(pomelo), 시트론, 금귤(쿰), 그리고 파페다(papeda)다. 만다린은 내가 귤이라 믿고 먹었다가 실망했던 바로 그 과일이며, 포멜로는 오렌지와 그레이프프루트의 조상으로 꽤 두껍고 폭신폭신한 속껍질이 특징이다(중국에서는 포멜로의 속껍질을 조려 먹기도 한다). 나머지 셋은 모두 과육이 부실한데, 쿰은 씁쓸함이 적당히 살아 있는 껍질을 먹을 수 있는 반면(요즘 시금치와 샐러드를 만들면 아주 잘 어울린다) 시트론과 파페다는 겉껍질로 향만 즐긴다.

다섯 종류 가운데 만다린과 포멜로, 시트론을 각 꼭지점으로 삼아 정삼각형을 그리면 시트러스류 가계도의 윤곽이 잡힌다. 일단 오렌지는 만다린과 포멜로의 교잡종이므로, 이를 바탕으로 시트러스류의 족보를 자세히 밝히려는 연구가 벌어졌다. 미국 에너지부 조인트게놈연구소의 앨버트 우 박사팀이 세계 각국의 연구진과 게놈 해독 및 비교 분석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일단 대상은 만다린 네 종류, 포멜로와 오렌지 각각 두 종류를 대상으로 한 결과가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 2014년 7월호에 게재됐다. 일단 만다린과 포멜로의 게놈을 비교해보니 160만~320만년 전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음이 밝혀졌다.

2014년 발표 후 3년 7개월 만인 2018년 2월, 후속 연구결과가 네이처에 실렸다. 게놈 서열이 이미 알려진 감귤류 28종류에 30종류의 새로운 해독 결과가 가세해 감귤류의 가계도가 분명해졌다. 

기원지로 추정되는 중국 남서부의 윈난성과 인도 북동부 히말라야 일대를 중심에 두고 동쪽으로 만다린, 남쪽으로 포멜로, 서쪽으로 시트론이 진화했다. 첫 연구 대상이었던 만다린 네 종류의 분석 결과 이미 포멜로의 유전자가 섞여 있음이 확인돼, 중국에서 28종의 만다린을 수집해 연구에 포함시켰다. 그 결과 5종이 순종 만다린이었다. 이를 ‘유형 1’이라 분류한다. 그리고 포멜로의 유전자가 1~10% 섞여 있는 ‘유형 2’, 마지막으로 12~28%가 섞여 있는 만다린인 ‘유형 3’이 있다. 우리가 즐겨 먹는 귤은 바로 유형 3이다.

제주도에서 재배하는 유형 3의 귤은 일제 강점기에 도입돼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재배됐다. 물론 그 이전에도 귤은 있었다. 고려시대 문종 6년(1052)의 문헌에, 제주 감귤을 왕가 공물로 바쳤다는 기록이 있다. 1894년(고종 31년) 갑오개혁으로 공물제도가 폐지되자 제주의 감귤나무는 버려졌다. 당시의 품종은 동종귤, 금귤, 병귤 등인데 현재는 상업적 가치가 없어 재배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신품종의 귤이 1911년 처음으로 국내에 발을 들였다. 천주교 서흥성당(현 면형의 집)에 거주하던 엄다께 신부가 일본에 있는 친구에게 보내준 제주벚나무에 대한 답례였다. 14그루를 심었는데 현재까지도 한 그루가 남아 있으며 귤도 수확한다. 중국 동남부 윈저우(溫州)에서 비롯돼 온주귤이라 불리는 한편, 일본을 통해 사츠마(薩摩) 오렌지라는 이름으로 세계에 퍼졌다.

 

■한라봉, 천혜향은 일본의 청견이 조상

이렇게 귤 가계도 1부를 살폈다. 그렇다, 귤의 족보가 워낙 복잡하면서도 방대하기에 이만큼을 살펴도 고작 1부에 지나지 않는다. 가계도 2부는 귤 교배종으로 이뤄져 있다. 1부의 기본 귤이 잔뜩 쌓아 놓고 손 가는 대로 부담 없이 까먹을 수 있는 과일이라면, 2부의 교배종은 각각의 상품 가치가 좀 더 높은 고급화 품종들이다. 이들은 대체로 20세기에 원예학자들이 체계적인 교배를 통해 개발한 품종이라 족보가 좀 더 분명하고 소화하기도 쉽다.

노지 귤의 제철이 10월에서 이듬해 1월, 타이벡 감귤이 2월까지라면 2부의 교배종은 그 끝을 물고 이듬해 제철까지 이어진다. 한라봉부터 황금향까지, 이어달리기를 하듯 꼬리를 물고 등장한다. 이들은 완전히 익도록 오래 뒀다가 늦게 수확하는 감귤류, 즉 만감류라 일컫는다. 전부 7종을 꼽을 수 있는데 일본에서 개발된 청견(見, 키요미, 1~3월 수확)이 나머지의 조상격이다. 1949년 온주밀감의 일종인 궁천조생과 트로비타 오렌지를 교배해 개발한 품종이다. 유형 3의 만다린으로 포멜로의 기여도가 38%로 가장 높다.

청견의 자손 가운데 맏이는 한라봉(1~4월 수확)이다. 1962년 일본에서 청견과 온주밀감의 일종인 폰캉을 교배해 개발한 데코폰이 1990년대 국내 도입되며 한라봉이라는 이름을 달았다. 볼록 솟은 꼭지 모양이 한라산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둘째는 천혜향(1~4월)으로, 청견과 앙코르 만다린을 교배한 얻은 1세대를 머코트 만다린에 한 번 더 교배시켜 개발한 품종이다. 역시 일본에서 개발됐고 원래 이름은 세토카이다. 

뻥튀겨 놓은 귤마냥 넙적하고 겉과 속껍질이 모두 얇으면서도 즙이 많고 한국 이름처럼 향도 좋다. 천혜향은 만감류 가운데 가장 맛있다. 그 밖에 진지향(2~5월 수확), 한라향(4~10월 수확), 레드향(1~3월), 황금향(7~12월)이 있는데 앞의 둘은 각각 청견과 흥진조생 및 길포폰캉을, 뒤의 둘은 한라봉에 서지향과 천혜향을 교배한 품종이다.

비단 만감류뿐만 아니라, 감귤류까지 통틀어 제주 재배 품종의 94%가 일본 개발 품종이다. 이런 현실에 정서적인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는데, 그보다 현실의 부담이 훨씬 더 크다. 한라봉이나 천혜향 등은 오래 전에 출시됐으므로 괜찮지만 신품종을 둘러싼 현실은 냉엄하기 때문이다.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UPOV) 협약에 따라 2012년부터 품종보호제도가 시행됐다. UPOV에 따르면 개발한 지 25년이 지나지 않은 신품종은 보호작물로 지정할 수 있다. 재배국이 개발국에 로열티를 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2018년 만감류 신품종인 미하야와 아스미를 놓고 난감한 상황이 벌어졌다. 두 품종은 일본의 국립연구개발법인이 내놓은 신품종으로, 국내에서는 2014년부터 생산이 이뤄졌다. 일본에서는 2018년 1월 신품종으로 출원해 2039년까지 보호를 받는 처지가 돼버렸는데, 정작 국내에서는 정식으로 묘목을 수입한 근거가 없었다. 당시 매체의 표현을 빌자면 도용된 묘목으로 재배를 한 셈이다. 

따라서 로열티를 지불해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농협에서는 계통출하(협동조합의 계통조직을 통한 출하)를 금지시켰다. 현재로서는 로열티 지불 없이 이들 품종 판매나 묘목 분양 등은 불가능하다. 농촌진흥청에서 2014년 이후 매년 220억원 이상을 투입해 신품종을 개발·보급 중이다. 그러나 현재 감귤 종자 자급률은 2.5%로 2014년에 비해 1.5%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물론 품종 개발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일이 아니다. 청견이 32년, 한라봉은 40년 이상 걸렸다.

 

새콤달콤 제주 감귤 품종 94%는 일본에서 왔다
새콤달콤 제주 감귤 품종 94%는 일본에서 왔다
새콤달콤 제주 감귤 품종 94%는 일본에서 왔다
겨울이 제철인 귤은 저렴하면서도 새콤달콤함의 균형이 잘 맞아 즐겨 먹을 수 있다. <이미지투데이>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아마존 화물기, 착륙도중 활주로 이탈 차량과 연쇄 충돌…5명 사망
아마존 화물기, 착륙도중 활주로 이탈 차량과 연쇄 충돌…5명 사망

활주로 이탈해 차량과 연쇄충돌한 아마존 화물기 [로이터]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화물기 '프라임 에어'가 6일 착륙 도중 활주로를 이탈해 차량과 연쇄 충돌하는 사고가

트럼프, '뉴멕시코→뉴아메리카' 바꾸나…"훨씬 품격있는 이름"
트럼프, '뉴멕시코→뉴아메리카' 바꾸나…"훨씬 품격있는 이름"

트루스소셜에 '멕시코' 지우고 '아메리카' 표기된 지도 게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올린 뉴멕시코 지도[트루스소셜 @realDonaldTrump 캡처.재판매.DB 금지]

“연준, 금리인하 안하면 적자국과 무역 중단”
“연준, 금리인하 안하면 적자국과 무역 중단”

트럼프, “관세보다 나을 것” 연준 압박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이 금리인 하를 하지 않을 시 미국이 적자를 보는 나라와는 무역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  도널드 트

이민단속국 졸속 채용 논란… “기본 신원조사도 누락”
이민단속국 졸속 채용 논란… “기본 신원조사도 누락”

내부고발자 “채용 기준 전례없이 낮아져”  ICE 채용에서 기본 신원조사도 없이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내부 고발이 제기됐다. [로이터]  연방이민세관단속국(ICE)이 단속 요원을 대

조지아 구금사태 때 체포된 라틴계 근로자, ICE에 배상 청구
조지아 구금사태 때 체포된 라틴계 근로자, ICE에 배상 청구

인권단체 "합법 취업허가증 제시 불구, ICE 체포 후 추방당해" 주장   이민 단속으로 체포됐던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애틀랜타 공항으로 향하기 위해 지난

기내서 아동성애 채팅 본 아나운서, 장수 퀴즈쇼에서 해고
기내서 아동성애 채팅 본 아나운서, 장수 퀴즈쇼에서 해고

'휠 오브 포춘' 15년째 진행한 짐 손턴, '모르고 열어본 것' 해명 미국 장수 퀴즈쇼 '휠 오브 포춘'(Wheel of Fortune) 진행자인 아나운서 짐 손턴이 아동성애 논

스크롤링은 이제 그만… 슬기로운 스마트폰 활용법
스크롤링은 이제 그만… 슬기로운 스마트폰 활용법

온라인 게임…두뇌 건강마음챙김 앱…불안 방지   스마트폰을 현명하게 사용하면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 그러러면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그리고 스마트폰을 사

음식도 미세플라스틱 경로… 노출 줄이는 생활 습관
음식도 미세플라스틱 경로… 노출 줄이는 생활 습관

나무 조리 도구 사용주철·스테인리스 사용유리 식품 용기 사용통조림 대신 말린 식재료 기존에 사용하던 논스틱 프라이팬을 처분하고 주철 프라이팬으로 교체하면 미세플라스틱 등 유해 화학

첫 오퍼가 제일 좋은 오퍼?… 가격 외에 따져볼 것 많아
첫 오퍼가 제일 좋은 오퍼?… 가격 외에 따져볼 것 많아

전략적으로 판단해야컨틴전시·대출 능력클로징 일정·컨세션 때로는 처음 받은 오퍼가 가장 적합한 오퍼일 수 있다. 제시 가격이 자신의 목표에 부합하고 대출 조건, 클로징 일정, 컨세션

수리비 ‘시한폭탄’ 배관 문제… 구입 전 꼼꼼히 살펴야
수리비 ‘시한폭탄’ 배관 문제… 구입 전 꼼꼼히 살펴야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하수관·워터히터·노후배관20년↑ 집‘스코프’검사집을 볼 때 손전등을 이용해 모든 싱크대 아래를 살펴봐야 한다. 배관의 부식이나 물이 샌 흔적, 얼룩 등이 있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