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공화당이 공들인 텍사스 제기 소송…법원 통한 대반전 '가물가물'
로이터 "참담한 차질 생긴 것"…14일 선거인단 투표도 불복정국 변곡점
미국 연방대법원이 1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이 경합 4개주의 개표 결과를 무효로 해달라고 제기한 소송을 기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십건이 넘는 하급심 소송에서 패소한 가운데 오는 14일 선거인단 투표를 앞두고 소송전의 마지막 희망으로 여겼던 연방대법원마저 또 다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것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은 이날 텍사스주가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위스콘신, 미시간 등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이긴 4개 주 대선 결과를 무효로 해달라며 지난 8일 제기한 소송을 기각했다.
대선 승부를 결정짓는 경합주였던 이 4곳의 결과가 무효화하면 바이든이 당선 요건인 선거인단 과반을 맞추지 못하는 점을 노린 것이지만, 대법원은 소송 제기 불과 3일만에 신속한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은 텍사스주가 다른 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법적 권한이 없다고 판단했다.
여러 주에 걸친 법률 분쟁은 연방대법원이 나서서 심리할 수 있지만, 이번 사안의 경우 텍사스가 다른 주의 선거 방식에 대해 재판을 제기할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텍사스가 주장한 부정선거 내용을 들여다볼 필요도 없이 원고 적격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소송을 각하힌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 측의 소송을 기각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연방대법원은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제기한 펜실베이니아 우편투표 무효 신청을 지난 8일 기각했다. 펜실베이니아주 대법원에 낸 소송이 패하자 연방대법원에 손을 뻗었지만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특히 이날 소송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불복 정국의 대반전을 모색하기 위해 역점적으로 추진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소송에는 텍사스주가 소장을 제출한 이후 공화당이 주도하는 17개 주가 추가로 동참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이 원고로 참여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126명의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은 이에 호응하는 법정 소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트윗을 올려 대법원을 향해 "그들은 위대한 용기와 지혜를 보여줘야 한다. 미국을 구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맞서 소송의 대상이 된 4개주는 물론 민주당이 주도하는 22개 주와 워싱턴DC는 소송을 기각해야 한다고 맞불을 놓는 등 진영 간 세대결 양상까지 보였다.
특히 연방대법관이 6 대 3의 보수 절대 우위 구도임에도 잇단 기각 판결을 내놓은 점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보수 대법관 6명 중 3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임명했고, 대선 직전인 지난 10월 임명한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은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대선 후 소송전을 염두에 뒀다고 할 정도였지만 결과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은 셈이 됐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로 연방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비슷한 주장이 반복되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어서 사실상 소송을 통한 뒤집기 전략은 동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오는 14일에는 11·3 대선에서 선출된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절차인 주별 선거인단 투표가 예정돼 있다. 이날 바이든의 승리 결과가 재확인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한 번 치명상이 불가피하다.
지금까지 50개 주와 워싱턴DC의 개표 인증 결과에 따르면 바이든 당선인은 선거인단 538명의 과반인 270명을 훌쩍 넘는 306명, 트럼프 대통령이 232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다.
바이든 당선인의 대변인은 이날 판결에 대해 대법원이 선거를 부정하려는 근거없는 시도를 기각한 것은 놀랄 일이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로이터통신은 "패배한 대선 결과를 되돌리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참담한 차질이 생긴 것"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