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취한 각종 반 이민 정책들을 즉각 폐기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이를 시행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고 부작용도 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CNN은 바이든 당선인이 트럼프 행정부가 행한 폐쇄적 이민정책들과 관련해 ‘신속한 변화’를 약속했지만, 사안이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고 전했다. 바이든 인수위원회와 가까운 한 소식통은 CNN에 “그들은 간단한 문제들을 파악하는데도 압도당하고 있다. 조정해야 할 일이 산더미”라고 말했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정책과 관련해 재임 기간에 무슬림 입국 금지 등 400개 이상의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행정명령의 경우 법률과 달리 차기 정부가 취소할 수 있지만, 상당한 시간 정부 인력·조직 개편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 CNN 등의 전망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그동안 취임 즉시 트럼프의 반이민정책 폐기에 착수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017년 1월27일 발령한 이슬람 국가 국민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취임 첫날 즉각 중단시키고, 1,100만명에 달하는 불법체류자에게 시민권 부여의 길을 열어주는 법안을 의회에 보내겠다는 것이 바이든 캠프의 구상이다.
아울러 바이든 캠프는 취임 첫 100일간 불법 이민자의 추방을 중단하는 한편, 멕시코와의 국경장벽 건설을 끝내고 이민자 가족들의 상봉을 담당하는 태스크포스도 만들기로 했다.
트럼프 재임 기간의 이민정책들을 폐기할 경우 이민과 난민 신청이 폭증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미국과 멕시코 간 이민을 강력히 억제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당장 폐기하면 미국의 남쪽 국경에서의 이민자 유입이 폭증할 가능성도 크다.
이에 따라 의욕과는 달리 취임 이후 시스템이 정비되기 전까지는 현 상태를 당분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이민정책연구소의 앤드루 셀리 소장은 CNN에 “장기적인 해법을 마련하기 전까지는 바이든 캠프는 자신들이 가장 싫어하고 반대하던 정책들에 의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4년 전 대선에서 불법 이민 근절을 위해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막판까지 장벽 건설에 집착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지난달 30일 전했다.
NYT는 연방 세관국경보호국(CBP)이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완수하기 위해 장벽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바이든 행정부가 장벽 건설을 중단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민간업자와 장벽 건설 계약을 맺었다면 계약을 취소하는 데에도 예산이 들어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