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 우승, 최종 20언더파로 첫 그린재킷
역대 최저타 기록 2타 앞당겨, ‘새가슴’ 오명도 후련하게 떨쳐내
남자 골프 세계 랭킹 1위 더스틴 존슨(36ㆍ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 사상 처음 11월에로 미뤄져 치러진 ‘명인 열전’ 매스터스 토너먼트 우승을 거뒀다. 코로나19 확진 판정도 받았던 그는 코로나19를 뚫고 열린 이 대회에서 역대 최저타 기록까지 세웠다. 사상 최초로 11월에, 그것도 무관중으로 열린 것을 시작으로 대회 막판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5ㆍ미국)가 한 홀에서 셉튜플 보기(Septuple bogeyㆍ7오버파)를 범하는 등 숱한 화제도 남겼다.
존슨은 15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ㆍ7,475야드)에서 열린 제84회 매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1,150만달러)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2개로 4언더파 68타를 기록, 최종합계 20언더파 268타로 우승했다. 그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24번째 우승이자, 2016년 6월 US오픈 이후 4년 5개월 만에 거둔 두 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이다. 생애 첫 ‘그린 재킷’을 걸친 그는 눈물 한 방울 없을 것 같던 이미지를 깨고 인터뷰 말미 감격에 북받쳐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그는 우승 후 “어린 시절부터 매스터스에서 우승 퍼트를 성공시키고 그린 재킷을 입는 것을 그려왔다”며 “여전히 그런 장면이 꿈 같이 느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 순간이 꿈이 아니길 바란다”며 이날의 감흥을 전했다. 결과만 보면 압도적 우승이지만, 나름대로의 곡절도 있었다. 특히 최종 4라운드 초반 임성재(22ㆍCJ대한통운)에 한 타 차로 쫓기며 또 다시 ‘새가슴’이란 오명을 얻을 위기도 맞았다.
실제 존슨은 이전까지 메이저대회에서 선두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한 상황마다 우승을 놓쳤다. 선두에서 최종 라운드를 시작했던 2010년 US오픈 8위, 2015년 US오픈 공동 2위, 2018년 US오픈 단독 3위를 기록했다. 우승 문턱에서 미끄러지면서 얻게 된 오명을 이번 대회에서 후련하게 떨쳐낸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우승 후 “스스로에 대한 확신은 있었으나 과거 결정적인 순간 무너진 경우가 있었다”며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어서 기뻤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존슨은 자신이 왜 세계랭킹 1위인지를 충분히 입증해 냈다. 특히 20언더파 268타로 우승, 이 대회역대 최저타 기록을 세웠다. 이는 1997년 타이거 우즈(45ㆍ미국), 2015년 조던 스피스(27ㆍ미국)가 세운 18언더파 270타를 앞당긴 기록이다. 비록 4월이 아닌 11월에 대회가 열려 코스가 수월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존슨은 1라운드와 3라운드에서 한 차례씩 이글을 기록한 데다 나흘간 더블보기 이상의 성적을 내지도 않는 무결점 플레이를 선보였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극적인 우승으로 황제의 귀환을 알렸던 우즈는 올해엔 온탕 냉탕을 오간 모습이었다. 1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기록하며 타이틀 방어 가능성을 보였던 우즈는 그러나 최종 라운드에서 셉튜플 보기를 범하며 망신을 당했다. 이 대회 난코스로 꼽히는 이른바 ‘아멘코너(11~13번 홀)’ 두 번째 홀인 12번 홀(파3)에서 벌어진 일이다.
12번 홀 전장은 155야드로 그리 길지는 않지만, 그린 폭이 좁고 주변 내리막이 심해 자칫 그린 앞에 공이 떨어지면 물에 빠지기 쉽다. 우즈는 이날 12번 홀 티샷을 그린 앞에 떨구는 바람에 공이 또르르 굴러 물에 빠졌고, 드롭 한 뒤 시도한 3번째 샷은 그린에 올라갔지만 백스핀이 걸려 다시 물에 빠지는 불운을 겪었다. 다만 우즈는 나머지 6개 홀에서 무려 5개의 버디를 잡아내며 체면을 지켰다.
또 무관중 경기 영향인지 공동 7위에 이름을 올린 9명의 선수들의 국적이 유독 다양했던 점도 눈길을 끈다. 우승자 존슨과 단독 4위 저스틴 토마스(27), 공동 7위 브룩스 켑카(30)까지 3명만 미국 선수일 뿐,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린 임성재(22)와 캐머런 스미스(27ㆍ호주), 공동 4위 로리 맥길로이(31ㆍ북아일랜드), 딜런 프리텔리(30ㆍ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공동 7위 판정충(29ㆍ대만) 욘 람(26ㆍ스페인)이 모두 다른 국적이다. 지난해엔 공동 9위에 이름을 올린 11명의 선수 가운데 무려 8명이 미국 선수였다.
<김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