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선거 출마 5명 중 4명 당선 쾌거…역대 최다 한국계 의원 배출
영 김 후보가 현역 의원에 설욕전 펼치며 레이스 대미 장식
'오바마 키즈'부터 한인 '선거의 여왕'까지…코리안 파워 기대 고조
한국계 여성 영 김(한국명 김영옥·57) 미국 공화당 후보가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되면서 한국계 4명이 연방의회에 나란히 입성하는 데 성공했다.
영 김 후보는 13일 캘리포니아주 제39선거구에서 민주당 현역인 길 시스네로스 의원을 꺾고 승리했다고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앞서 지난 3일 대선과 함께 치러진 이번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서 앤디 김(민주·뉴저지) 의원이 재선에 성공했고 한국 이름 '순자'로 알려진 메릴린 스트릭랜드(민주·워싱턴주) 후보와 미셸 박 스틸(한국명 박은주·공화·캘리포니아주) 후보도 당선됐다.
이에 따라 하원 선거에 출마한 5명 중 '순자·은주·영옥'이라는 친숙한 한국 이름을 가진 여성 트리오를 비롯해 한국계 4명이 연방 의회에 동시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게 됐다.
미주 한인사회 역사상 한국계 여성 의원을 배출한 것은 처음이고, 의원 4명을 확보한 것도 이번이 최초여서 한국계가 미국 주류 정치권에 대거 진출한 원년이자 미국 정계에 '코리안 파워'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NYT 개표 집계에 따르면 영 김 당선인은 이날 50.6% 득표율을 기록해 시스네로스 의원을 1.2% 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김 당선인은 2018년 중간선거 때 시스네로스 의원과 맞붙어 개표 중반까지 여유 있게 앞서갔으나 막판 우편 투표에서 추격을 허용했다.
그로서는 2년 만에 펼쳐진 리턴매치에서 설욕에 성공한 것이다.
캘리포니아주는 민주당 안방이나 다름없지만, 그가 출마한 39선거구는 보수 유권자가 많은 오렌지카운티를 걸치고 있어 공화당 강세지역으로 분류된다.
특히 이 선거구는 풀러턴, 부에나파크 등 한인 거주지역을 포괄하고 있으며 한인 유권자는 1만8,400여 명에 달한다.
김 당선인은 트위터에 올린 당선 소감에서 "우리 모두 단결해 미국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진하기를 바란다"며 "나는 미국으로 온 이민자로서 공화당, 민주당 동료들과 함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일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미국의 약속이 살아있다는 것을 안다"며 "미국은 한국에서 이민을 온 소녀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연방 의원까지 할 수 있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인천에서 태어난 김 당선인은 1975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로스앤젤레스(LA)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금융계에서 일하다 의류 사업가로 변신했으며, 선거컨설턴트이자 한미연합회 전국회장을 지낸 남편 찰스 김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했다.
그는 캘리포니아주 39선거구에서 13선을 한 친한파 에드 로이스 전 하원의원 보좌관으로 21년간 근무하며 정치적 역량을 키웠고, 한미의원연맹 일을 도우며 한국 정계에도 이름을 알렸다.
또 2014년 한인 여성으로는 최초로 캘리포니아 주하원의원에 당선됐다.
김 당선인에 앞서 지난 4일 먼저 승전고를 울린 스트릭랜드 당선인은 한국인 모친 김인민씨와 미국인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서울 출생의 한국계 미국인으로, 워싱턴주 타코마 시의원과 시장을 역임했다.
서울 출생인 스틸 당선인은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 사태를 계기로 한인 정치력 신장에 기여하고자 정치에 입문했으며, 오렌지카운티 수퍼바이저(행정책임자) 선거 등 모두 5차례 선거에서 연승해 한인사회에서 '선거의 여왕'으로 통한다.
또 앤디 김 의원은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계 이민 2세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역임한 '오바마 키즈'의 일원으로서, 당시 부통령을 지낸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도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한편 LA 한인타운이 위치한 캘리포니아주 34선거구에는 한국계 데이비드 김 후보가 출마했으나 석패했다. 김 후보는 현역인 데이비드 고메스 의원에게 6% 포인트 차로 져 정치 신인으로서는 상당히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