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 복수국적 관련 조항에 대한 한국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이 내려졌지만 병역 문제가 없는 한인 2세 여성들도 선천적 복수국적 문제로 미국에서 공직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등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하루 빨리 한국 국회의 국적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버지니아에 거주하는 한인 여성 A씨는 미국에서 태어나 줄곧 미국에서 살았다. 스스로가 선천적 복수국적자인지도 몰랐던 A씨는 최근 미 공군에 입대 하려다 이중국적 유무를 묻는 질문을 받고 깜짝 놀랐다. A씨의 어머니도 A씨가 복수국적자인지 알지 못해 워싱턴 DC 총영사관에 전화해 문의했는데, 총영사관 관계자가 “여성은 복수국적자가 아니다”며 “여성은 22세가 지나면 한국 국적이 자동 상실된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답변이었다. 선천적 복수국적 여성도 스스로 국적이탈을 하지 않는 한 한국 국적을 계속 보유하게 되기 때문이다.
A씨는 현재 공군 입대 과정의 하나인 백그라운드 체크에 들어갔는데 한국 복수국적 문제로 인해 공군 입대가 불가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A씨의 어머니는 지난 2008년 남편과 이혼한 상태로 이혼 이후 남편, 시댁 등과 연락이 전혀 닿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최근 A씨가 국적이탈을 하려고 시도했으나 아버지와 관련한 서류를 마련하기 힘들 뿐더러 국적이탈에 약 1년이 소요돼 공군 입대 전 국적이탈을 하는 일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A씨의 어머니는 “국적이탈 문제를 종종 언론에서 접하기는 했지만 딸아이가 국적문제로 발목을 잡히게 될 줄은 몰랐다”며 “제발 국적법 개정이 하루 빨리 이뤄져 억울한 사례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2010년 이전만 해도 여성의 경우 1988년 5월4일생을 포함한 그 이전 출생자는 22세에 국적선택을 안 할 경우 한국 국적을 자동 상실했다.
하지만 2010년 개정법에 의해서 국적선택 불이행시 국적자동상실제도가 폐지돼 1988년5월5일 생을 포함한 그 이후 출생자들은 국적이탈을 하지 않는 한 여성이라고 계속 한국 복수국적을 보유하게 된다는 것이다.
국적이탈 문제 관련 전문가로 이번 헌법소원 승소를 이끈 전종준 변호사(워싱턴 로펌 대표)는 “국적자동상실제도가 폐지된 이유는 제3국에서 출생한 2세들이 한국 국적이 상실되는 것이 인권침해적 요소라고 하여 2010년 개정법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변호사는 “그러나 개정법으로 인해 미주 지역 선천적 복수국적 한인 2세 여성들은 군인이나 사관학교, 연방정부 공무원 등 정계나 공직 진출을 할 때 이중국적 문제로 인해 불이익을 보게 됐다”고 비판했다.
전 변호사는 “과거와 같이 국적 자동상실제도를 채택해 한국 국적을 원하는 선천적 복수국적자에게만 예외 규정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석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