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셧 다운’(Shut Down) 실시로 개점휴업 상태인 많은 소매업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어려움을 겪는 것은 소매업소 세입자뿐만 아니다.
비즈니스 매출 급감으로 업소 임대료 납부에 부담을 느끼는 세입자들이 늘면서 상가 건물주들 역시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건물주와 세입자가 신규 리스 계약서 조항에 ‘팬데믹’(Pandemic) 관련 조항을 신설하는 등 자구책에 나서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팬데믹 조항은 코로나19 사태 악화로 경제 활동 셧 다운이 다시 실시될 경우 기존 임대료를 일부 인하해 준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세입자는 임대료 부담을 덜 수 있어 좋고 건물주로서는 다만 얼마라도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어 셧 다운 기간 동안 더 심각한 재정난에 빠지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워싱턴 D.C. 지역에 약 45개 상가 건물을 운영하고 있는 한 건물 관리 업체도 최근 신규 리스 계약서에 팬데믹 조항을 삽입했다. 이 업체의 팬데믹 조항에 따르면 관할 지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 활동 셧 다운을 실시할 경우 상가 임대료를 기존의 약 50%까지 인하해 주도록 허용한다. 다만 세입자는 셧 다운 기간 동안 인하 혜택을 받은 임대료를 비즈니스가 재 오픈한 날로부터 6개월간 분할에서 상환해야 한다.
일부 건물주는 셧 다운으로 세입자의 매출이 감소할 경우 감소한 매출 규모에 비례해 임대료를 인하 조정하는 방식으로 세입자의 어려움을 덜고 있다. 팬데믹 조항은 코로나19 사태로 빈 상가 자리가 급증하자 신규 세입자 유치에 나서기 위한 건물주들의 적극적인 생존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세입자가 혹시 모를 셧 다운 재실시를 대비해 팬데믹 관련 조항 삽입을 건물주 측에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애완동물 용품 업체 펫 서플라이 플러스의 조시 골드스타인 점포 개발 디렉터는 “정부에 의한 강제 셧 다운 재실시를 대비해 리스 계약서에 ‘불가항력’(Force Majeure) 조항 삽입을 요구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불가항력 조항은 천재지변 또는 셧 다운과 같은 예측 불가능한 일로 비즈니스를 운영할 수 없을 때 세입자가 리스 계약을 조기에 파기하거나 임대료 인하를 받도록 허용하는 조항이다.
팬데믹 조항과 불가항력 조항이 건물주가 융자 또는 재융자 신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일부 건물주는 다른 인센티브 방식으로 신규 세입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신규 세입자와 리스 계약을 체결하거나 기존 세입자와 재 계약 시 상가 인테리어 공사비 또는 리모델링 비용을 기존보다 높게 제공하는 인센티브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한편 상업용 부동산의 운영 이익은 임대료 인하 추세로 이미 가파른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해 사무실 평균 임대료는 전국적으로 약 10.5%나 하락할 전망이다. 상가 건물 임대료는 올해 약 2.7%, 내년에도 약 1.2%의 하락세를 기록할 전망인데 경기 대침체 기간보다 빠른 하락 속도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