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박 조코비치(1위ㆍ세르비아)가 세계 테니스를 호령하던 탑3 ‘페ㆍ나ㆍ조’ 중 로저 페더러(4위ㆍ스위스)와 라파엘 나달(2위ㆍ스페인)이 없는 사이를 틈타 홀로 대회를 휘젓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확산시켰다는 비판, 그가 발족시키려는 선수 노조에 대한 반대가 쏟아지지만 그는 실력으로 자신의 세를 키우고 있다.
조코비치는 지난 29일 뉴욕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웨스턴 서던 오픈(총상금 422만2,190달러) 결승전에서 세계 30위 밀로시 라오니치(캐나다)를 2-1(1-6 6-3 6-4)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16강ㆍ8강전에 비해 진땀승을 거두며 결승에 오른 조코비치는 첫 세트를 상대에게 내어주며 다소 어렵게 출발했다. 심기일전한 조코비치는 타이 브레이크 없이 두 세트를 연달아 따내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로써 조코비치는 코로나19로 중단됐던 대회가 재개된 이후에도 연승행진을 내달려 올해 23경기(4개 대회)에서 전승을 거뒀다. 지난해 11월 데이비드컵 3경기를 포함하면 26연승 째다. 게다가 31일부터 4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US오픈 테니스대회가 이번 대회와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만큼 전망도 밝다.
조코비치는 빼어난 실력으로 자신을 둘러싼 부정적인 시선들을 해소해내고 있다. 앞서 조코비치는 코로나19로 투어가 중단된 사이 직접 기획한 ‘아드리아 투어’에서 여럿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는 등 피해를 입혔다. 여기에 사회적 거리 두기 없이 관중 입장을 허용했을 뿐만 아니라 선수들도 대회 전 파티를 벌이거나 농구 경기를 하며 격의 없는 신체접촉을 해 ‘코로나19 방역에 무책임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함께 대회를 호령하던 페더러와 나달이 대회 출전을 중단한 상황이라, 경기력과 신기록으로 이슈를 삼켜내기엔 더욱 효과적이다. 페더러는 부상으로 시즌 아웃을 선언했고, 나달은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당분간 대회에 나서지 않겠단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되레 선수 사회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기도 하다. 이전부터 선수노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온 조코비치는 US오픈을 앞두고 바섹 포스피실(92위ㆍ캐나다)과 함께 선수위원회 탈퇴와 프로테니스선수협회(PTPA) 결성을 예고했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ATP투어가 투어 중단 외에 이렇다 할 대안을 내지 못했고, 선수위원회의 반발도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페더러, 나달, 앤디 머리(134위ㆍ영국)는 그에게 반대 의사를 표했다. 나달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지금은 헤어질 때가 아니라 단결할 때”라고 생각을 밝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조코비치는 “내 선수생활을 통틀어 있었던 많은 일들이 내 평판이나 이미지, 브랜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적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며 “그러나 난 내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알고 있으며, 그래서 계속 전진해 나갈 것”이라고 PTPA 결성에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