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은 주변 시야가 점점 좁혀오는 질환으로 방치하면 실명하게 된다. 대부분 서서히 진행되기에 환자 스스로 눈 증상을 느끼기 힘들다. 이 때문에 ‘소리 없는 시력 도둑’으로 불린다. 녹내장 원인은 높은 안압이 주원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국내 녹내장 환자의 70%에서 정상 안압이다.
국내 녹내장 환자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녹내장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5년 76만7,342명에서 2019년 97만4,941명으로 최근 5년 새 30% 가까이 증가했다.
강자헌 강동경희대병원 안과 교수는 “40대 이후부터 녹내장 발병률이 높아지기 시작해 60대 이상 환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녹내장의 주원인은 안압(眼壓)이다. 우리 눈은 둥근 공의 형태를 가지고 있고,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방수(房水)’라는 액체로 채워져 있는데 이 방수가 제대로 배출되지 않으면 안압이 올라간다. 안압이 높아지면 눈은 공기를 빵빵하게 넣은 타이어처럼 부풀어 오르게 되면서 시신경을 손상한다. 손상된 시신경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실명에 이른다.
강규동 인천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선천적으로 안구 조직이 약하면 안압이 정상이라도 시신경과 혈관이 눌려서 손상된다”고 했다. 한국녹내장학회가 대규모 역학 조사한 결과, △높은 안압 △고령 △흡연 경험 △비만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뇌졸중 등이 녹내장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안압만으로 녹내장을 진단할 수는 없다. 안압이 정상이더라도 녹내장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정상 안압 녹내장’이라 하는데 방수가 빠져나가는 길(섬유주)이 형태적으로 정상인 개방각 녹내장 중의 하나다.
우리나라에는 정상 안압(10~21㎜Hg)인 녹내장 환자가 전체 녹내장 환자의 70%나 차지한다. 정상 안압 녹내장으로 인한 시야 손상은 서서히 진행되기에 환자 스스로 증상을 눈치채기가 어렵다. 시신경이 80~90% 손상해도 증상을 모르는 환자도 있다.
반면, 방수 유출로가 완전히 막히는 폐쇄각 녹내장은 반대로 급성으로 진행될 수 있다. 수정체와 홍채 사이의 방수 유출로가 갑자기 막히면서 시작된다. 후방 압력이 상승하면서 홍채가 각막 쪽으로 이동해 전방각이 눌려 전방 방수 유출로는 더 막히게 된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면서 구토를 동반하기도 하고 눈 주위 통증과 충혈이 발생하며 급격한 시력손실이 진행된다. 72시간 이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시신경이 손상돼 실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녹내장은 정상 안압의 경우 안압이 정상이어도 시신경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여서 더 이상의 시신경 손상을 막아야 한다. 안압을 낮추는 약물치료를 시행하고, 약물치료로 안압을 조절하기 힘들면 방수 유출로를 수술하는 레이저섬유주 성형술이나 섬유주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다.
폐쇄각 녹내장은 응급질환으로, 빨리 안압을 떨어뜨려 시신경을 보존하는 것이 관건이다. 정맥주사와 함께 안약을 사용하며, 안압이 내려가면 레이저 홍채 절개술 등을 통해 방수가 배출될 길을 내주게 된다.
녹내장을 조기 검진하려면 40세 이상과 고도근시 환자는 1년에 한 번 안과검진을 받아야 한다. 녹내장 가족력이 있거나 6개월~1년 이상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사람, 당뇨병ㆍ고혈압이 있으면 젊어도 정기 검진을 해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