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포물선을 그린 타구가 외야수의 글러브를 맞고 그대로 펜스를 넘어갔다면, 이는 타자의 홈런일까, 아니면 야수의 실책일까.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 지난 9일 텍사스주 알링턴의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 텍사스 레인저스 간 경기에서 나왔다.
텍사스가 5-2로 앞선 5회말 공격 때 닉 솔락이 타석에 들어섰다. 솔락은 에인절스 우완 구원 투수 마이크 메이어스의 높은 공을 힘차게 밀어 우측으로 향하는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에인절스 유망주인 우익수 조 아델은 타구를 바라보며 뒤로 달려가더니 낙구 지점 근처에서 왼쪽 팔을 뻗어 글러브에 공을 담으려고 했다. 이 순간 공은 글러브에 들어갔다가 마치 점프하듯 튀어나와 바로 뒤에 있던 담 바깥으로 넘어갔다.
황당한 결과에 아델은 양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필 높이 8피트인 펜스가 꺾여서 낮아진 지점의 담을 탔다.
MLB닷컴에 따르면, 이 경기 공식 기록원인 래리 범프는 애초에 솔락의 홈런으로 선언했다가 메이저리그 공식 통계회사인 엘리어스 스포츠와 상의 후 아델의 실책으로 기록을 정정했다. 따라서 공식 기록도 ‘아델의 실책에 의한 4베이스 진루’라는 진기록으로 수정됐다.
지금도 1993년 텍사스 레인저스 외야수 호세 칸세코의 머리를 정통으로 맞고 튄 공이 펜스를 넘어가 홈런이 된 장면이 메이저리그 진기명기로 TV에서 심심치 않게 나온다. 당시 타구는 홈런이었고, 공식 기록원은 칸세코에게 실책을 주지 않았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칸세코의 사례를 들어 솔락 타구 판정이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메이저리그 규칙을 보면, 페어 영역에서 뜬공이 야수에 의해 굴절돼 파울 영역의 관중석 또는 펜스로 넘어가면 타자는 2루에 진루할 수 있고, 이 뜬공이 페어 영역의 관중석 또는 펜스 밖으로 넘어가면 타자에게 홈런이 주어진다.
또 이 뜬공의 굴절된 지점의 거리가 홈 플레이트에서 250피트에 못 미친다면, 타자는 2루 진루권만 얻는다고 덧붙였다. 규정에 따르면 솔락의 타구는 홈런이다.
다만 엘리어스 스포츠는 야수가 정상 수비로 걷어낼 수 있었느냐를 홈런과 실책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공식 기록원이 볼 때 정상 수비로 충분히 잡을 수 있던 타구로 판단했다면 실책을, 정상 수비로 걷어내기 어려웠다면 홈런으로 각각 판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범프 기록원은 아델이 너끈히 걷어낼 수 있었다고 판정해 실책으로 기록하고, 솔락에게는 홈런과 똑같은 4베이스 진루권을 줬다. 솔락과 텍사스 구단이 이의를 제기하면,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24시간 이내에 이를 자세히 판독해 기록을 다시 바꿀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