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동맥류, 최근 5년 새 2배 늘어
클립결찰술ㆍ코일색전술로 치료
뇌혈관이 약해지면서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질환을 ‘뇌동맥류(cerebral aneurysm)’라고 한다. 언제 터질지 모르기에 ‘뇌 속 시한폭탄’이라고 부른다. 뇌동맥류가 갑자기 터지면 뇌와 척수 사이의 거미줄처럼 생긴 공간(지주막 아래)에 혈액이 스며든다(지주막하출혈). 지주막하출혈이 되면 30~50%가 목숨을 잃는다.
특히 뇌동맥류는 전조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아 건강검진을 통해 미리 알아둬야 한다. 동맥류 가족력이 있다면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을 이용한 뇌혈관조영술(CTA, MRA)로 정기적으로 검진하는 것이 좋다.
‘뇌동맥류 수술 전문가’인 이형중 한양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를 만났다. 이 교수는 “뇌동맥류가 터지면 대부분 뇌 주름 사이로 피가 퍼져 60% 정도는 심한 두통으로 병원을 찾고, 30% 정도는 의식이 희미해지고, 나머지 10% 정도는 터지는 순간 목숨을 잃는다”고 했다. 이 교수는 “평소 느끼지 못한 극심한 두통이나 갑작스러운 의식 저하, 마비, 한쪽 눈꺼풀 처짐 등이 생기면 뇌동맥류가 파열될 가능성이 높아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뇌동맥류가 왜 위험한가.
“뇌동맥류는 전체 인구의 1% 정도에서 발견되며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뇌동맥류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2015년 5만8,541명에서 2019년 11만5,640명으로 최근 5년 새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뇌동맥류가 파열될 가능성은 1년에 5% 미만에 불과하다. 하지만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지주막하출혈의 대부분(75~80%)의 원인이 되며 게다가 다양한 합병증으로 30~50% 정도가 사망하고 예후도 좋지 않다. 뇌동맥류 파열은 남성보다 여성이 1.5배 정도 더 많다. 뇌동맥류가 크거나, 후순환계(척추동맥ㆍ기저동맥)에 생길 때 파열되기 쉽다. 동맥류 크기가 5~7㎜ 이상이면 파열 위험이 커지고, 10㎜ 이상이라면 파열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하지만 뇌동맥류는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는데.
“그렇다. 뇌동맥류은 대부분 증상이 없기에 건강검진이나 다른 질병을 검사하다가 우연히 발견된다. 이처럼 전조 증상이 거의 없어 흔히 ‘머리 속 시한폭탄’으로 불린다. 뇌동맥류 환자의 10~15% 정도는 뇌동맥류가 파열되기 며칠 전이나 몇 주 전에 심한 두통이 나타나기도 한다(경고성 두통). 이런 증상을 보이는 뇌동맥류 환자는 출혈이 다시 생길 확률이 높아 즉시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피가 지주막 아래 공간으로 뿜어져 나와 뇌 압력이 급격히 올라간다. 평생 겪지 못했던 격심한 두통이 생기고, 오심(구역질)ㆍ구토ㆍ뒷목 강직 등이 나타나고 심하면 의식을 잃는다. 뇌동맥류 위치에 따라 동안신경ㆍ시신경ㆍ시신경 교차 부위를 압박해 안구운동 마비ㆍ실명ㆍ시야장애를 일으킨다.
최근 뇌컴퓨터단층혈관조영술(CTA)이나 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 같은 비침습적 영상기술의 발달로 터지지 않은 뇌동맥류를 많이 발견하고 있다. 뇌출혈이 의심되면 컴퓨터단층촬영(CT)과 뇌혈관조영 검사, 카테터 뇌혈관조영술 검사를 받아야 한다.”
-뇌동맥류 치료법은 어떤 게 있나.
“두 가지 치료법이 있다. 머리를 직접 절개해 뇌동맥류의 목 부위를 클립으로 묶어 혈액 유입을 막는 ‘클립결찰술’(수술)과 머리를 절개하지 않고 뇌동맥류 내부에 특수 제작된 코일을 넣어 채우는 ‘코일색전술’(시술)이다.
클립결찰술은 정상적인 뇌를 직접 파헤치면서 수술하는 것이 아니라 뇌 속에 안전한 공간을 마련해 뇌동맥류에 접근하기에 뇌가 거의 손상되지 않고 수술 후에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낮다. 최근에는 두피를 최소한으로 절개하는 수술을 시행하므로 수술 상처도 작고 회복 기간도 크게 줄었다. 클립결찰술은 뇌동맥류의 목 부위가 넓거나, 재발ㆍ합병증 위험이 높거나, 환자가 젊거나, 뇌내출혈ㆍ뇌실내출혈ㆍ수두증이 동반되면 뇌 심부보다 표재(表在) 부위에 생겼을 때 주로 시행한다.
코일색전술은 대퇴동맥으로 관을 삽입한 뒤 미세 도관(카테터)을 넣어 뇌혈관까지 도달해 뇌동맥류 안에 백금 등으로 만들어진 특수 코일을 채워 넣어 혈류를 차단하는 시술이다. 특수 코일을 뇌동맥류에 넣어 채우면 피가 유입되지 않아 터지지 않게 된다. 최근에는 그물망(스텐트)이나 풍선을 이용해 코일색전술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추세다. 코일색전술은 뇌동맥류의 목 부위가 좁거나, 머리 뒷부분(후순환계)에 생겼거나, 고령이거나, 다른 질환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을 때 주로 시행한다. 특히 다발성 동맥류가 있거나, 척추동맥-기저동맥에 동맥류가 발생했거나, 혈관 연축 등으로 동맥류 부근 혈관이 좁아졌을 때 개두술보다 선호한다.”
-어떤 사람이 뇌동맥류를 조심해야 하는가.
“고혈압ㆍ동맥경화 등 혈관성 질환을 앓고 있거나, 가족력(직계 가족 중 2명 이상이 뇌동맥류 환자)이 있거나, 고령, 여성, 흡연자, 다낭성 콩팥병 등과 같은 유전성 질환을 가진 사람은 뇌동맥류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이런 사람은 뇌혈관단층촬영(CTA)이나 뇌혈관자기공명영상촬영(뇌MRA)으로 뇌동맥류 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 또한 뇌동맥류 발생과 파열 위험을 낮추려면 혈압을 조절하고, 금연ㆍ절주 등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요즘처럼 코로나19 때문에 야외 활동이 힘들어 운동량이 부족해지면 실내 운동으로 운동량을 유지해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