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입양인 중 최초로 한국에서 친부를 상대로 ‘친자 인정 소송’을 벌여 승소한 미주 한인 입양인 카라 보스(39·한국명 강미숙)씨가 마침내 친부와 첫 만남을 가졌지만 외면을 당한 사연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강씨는 지난 1983년 11월 충북 괴산의 한 주차장에서 발견된 후 이듬해 9월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으로 입양됐다. 그는 처음 발견됐을 때 자신의 이름이 강미숙이고, 나이는 두 살이라고 직접 말할 만큼 영리했다고 한다.
네덜란드인과 결혼해 현재 암스테르담에 거주하는 강씨는 2살이 된 자신의 딸을 보고 친엄마를 찾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한인 입양인들이 모여 DNA를 통해 친부모를 찾는 비영리단체 ‘325캄라(KAMRA)’라는 곳에서 우연히 자신의 DNA를 공유한 한 유학생이 자신과 사촌관계일 가능성이 크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이를 단서로 여러 사람의 호의와 협조를 얻어낸 끝에 강씨는 자신이 한국의 친부 A씨의 혼외 자식일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A씨의 가족은 강씨와의 접촉을 원치 않았고, 이에 강씨는 지난해말 친생자 인지 청구 소송을 냈다. 소송 과정에서 이뤄진 유전자 검사는 강씨와 A씨가 99.9981%의 확률로 부녀관계로 볼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그리고 이 결론을 근거로 재판부는 강씨에게 승소 판결을 했다.
이렇게 소송에서 이긴 뒤 강씨는 마침내 지난 15일 서울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친부 A씨를 만날 수 있었지만, 그러나 A씨는 이날 가족들이 붙여 준 경호원 2명을 대동하고 나타나 형식적인 면담만을 했다. 마스크와 선글라스, 모자 등을 쓴 채로 강씨를 만난 탓에 강씨는 A씨의 얼굴조차 제대로 보지 못했다.
강씨는 “내 말을 아예 듣지 않으려는 것 같기도 했고, 혹은 인지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기도 했다”라며 “아무튼 매우 적대적인 태도로 10분 만에 자리를 떠났다”고 전했다.
강씨가 A씨에게 듣고 싶은 것은 자신의 엄마가 누구인지다. 현재로서는 A씨만이 답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강씨는 “아버지와 단둘이 이야기할 수 있는 다음 만남을 갖고 싶다”며 “나의 아버지인데, 그조차도 허락되지 않고 있다”고 슬픔을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