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선수들의 1m 안팎 퍼트 성공률은 100%에 가깝다. 통계에 따르면 1.2m 이내는 62명이 95% 이상, 90㎝ 이내 거리에서는 163명이 99% 이상 집어넣는다. 하지만 우승이 걸린 중압감 아래에서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3개월 만에 재개된 PGA 투어 대회에서도 1m 퍼트에서 승부가 갈렸고 대니얼 버거(27·미국)가 우승상금 135만달러(약 16억2,000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14일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콜로니얼CC(파70)에서 끝난 찰스슈와브 챌린지(총상금 750만달러). 4라운드에서 4타를 줄인 버거는 콜린 모리카와(미국)와 나란히 최종합계 15언더파 265타로 동타를 이룬 뒤 1차 연장전에서 승리했다.
버거는 17번홀(파4)에서 치러진 연장 승부에서 세 번째 샷을 홀 50㎝에 붙이고 먼저 홀아웃을 해 파를 기록했다. 모리카와도 1m 남짓한 파 퍼트를 남겨 2차 연장전으로 이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모리카와의 볼이 홀을 거의 한 바퀴 돌아 나오면서 다소 허무하게 마무리됐다. 모리카와뿐이 아니었다. 최종라운드를 선두로 시작한 잰더 쇼플리(미국)는 정규라운드 17번홀에서 60㎝가량의 파 퍼트가 홀을 돌아 나와 1타 차로 연장전에 합류하지 못하고 머리를 감싸 쥐었다.
이날 우승으로 버거는 지난 2016년과 2017년 페덱스 세인트주드 클래식 2연패 이후 3년 만에 통산 3승째를 거뒀다. 2015년 신인왕에 오른 버거는 동갑내기인 저스틴 토머스, 조던 스피스(이상 미국)와 함께 ‘골든보이’로 주목받았다. 이후 손목 부상 등으로 주춤했던 그는 지난해 가을 열린 2019~2020시즌 조조 챔피언십부터 이날까지 28라운드째 오버파 라운드 없는 안정된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버거는 무관중 경기로 펼쳐진 이날 우승 뒤 “함성이나 탄식 소리가 없어 조금 어색했지만 내게는 트로피를 차지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영건’ 임성재(22·CJ대한통운)는 3타를 줄여 공동 10위(11언더파)에 올랐다. 전날 공동 16위에 자리했던 임성재는 집중력을 발휘해 3월 혼다 클래식 생애 첫 우승, 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 3위에 이어 3개 대회 연속 톱10이자 시즌 여섯 번째 톱10을 달성했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저스틴 토머스(미국)와 함께 2019~2020시즌 최다 톱10 공동 1위에 오른 그는 대회별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한 페덱스컵 랭킹에서도 1위도 지켰다. 특히 퍼트가 살아났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이번 대회 들어 퍼트 감각이 돌아오지 않아 애를 태웠던 임성재는 이날 그린 적중 시 홀당 평균 퍼트 수를 1.692개로 낮출 만큼 날카로운 퍼트를 선보여 다음 대회 기대를 높였다.
우승 문턱에서 돌아선 모리카와는 정규투어 데뷔 이후 21개 대회 연속 컷 통과 행진을 이어갔고 통산 4승의 쇼플리는 최종일 선두로 나선 대회에서 4차례 모두 우승에 실패하는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 ‘코로나 휴식기’ 동안 몸집을 더 불린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와 저스틴 로즈(잉글랜드), 제이슨 코크락(미국)이 쇼플리와 함께 공동 3위(14언더파)로 마쳤다. 세계랭킹 1위 매킬로이는 4타를 잃고 공동 32위(6언더파)에 그쳐 7개 대회 연속 톱10 입상에 실패했다.
<로스앤젤레스 박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