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서류가 물 자국으로 훼손돼 남아 있는 정보가 없어요. 지금은 어떤 연고(緣故)라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1974년 8월 15일 광복절에 미국 미네소타주에 입양된 한인 로버트 앤더슨(한국명 김기정·48) 씨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자료가 남아 있지 않은 것이 늘 불만이다. 친부모와 가족을 찾을 수 없다는 답답함에서 오는 감정이다.
24일 앤더슨 씨가 아동권리보장원 입양인지원센터에 보낸 사연에 따르면, 그는 1999년 7월 친부모를 찾기 위해 한국을 처음 방문했고, 당시 입양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얻은 정보로는 보육원 시절의 입양 진행 상황보고서와 사진 3장 뿐이었다.
보고서에는 출생일(1972년 2월 4일)과 이름(김기정), 발견 날짜(1972년 5월 10일), 장소(서울시 중구 태평로 서울시청 청사 뒤), 입양 날짜만 적혀있다.
'출생일'과 '김기정'이라는 이름을 친부모가 정해준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는 입양기관에서 지어줬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개 입양기관에는 친가족 기록이 남겨 있지 않다.
서울시청 아동과를 거쳐 충현영아원에 위탁됐고, 1974년 2월 7일까지 지내다 입양절차를 위해 홀트아동복지회로 넘겨졌다.
그는 알코올중독에 빠진 양부모 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또 미네소타주 인구 8천명밖에 안되는 소도시에서 소수 인종으로 성장하면서 숱한 차별을 겪기도 했다.
"매일 다양한 형태의 인종 차별에 시달려야 했어요. 타운에서 몇 안 되는 소수 인종 중 한명이었기 때문이었죠. 불행한 사춘기를 보냈습니다"
성인이 돼 영국으로 이주한 그는 영국인 아내와 결혼해 슬하에 4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IT(정보기술) 업종에 종사하면서 건강한 상태로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21년 전 모국을 찾은 뒤 어떤 연고라도 찾을 요량으로 사설 업체에서 유전자(DNA) 검사를 했다. 그리고 아주 먼 친척을 찾아 만나기도 했다.
하지만 친부모와 가족 정보를 아직 찾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더뎌지고 일상생활을 하게 되면 DNA를 한국 경찰청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