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 하계올림픽은 ‘사라진(missing) 올림픽’으로 통한다.
일본 도쿄는 1940년 하계올림픽 개최 도시로 결정됐지만, 1937년 발발한 중일 전쟁의 여파로 개최권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반납했다.
IOC는 핀란드 헬싱키를 대체 도시로 선정했으나 2차 세계대전이 터져 1940년 올림픽은 아예 열리지 못했다.
그로부터 80년이 지난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예상치 못한 걸림돌을 만난 도쿄는 또다시 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하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역대 하계올림픽 중 전쟁 때문에 1916년(1차 세계대전), 1940년과 1944년(이상 2차 세계대전) 대회만 열리지 않았다.
1940년엔 아시아 침략 전쟁을 유발해 스스로 올림픽 개최를 걷어찼다면, 이번엔 전 세계로 확산한 감염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올림픽을 취소 또는 연기해야 한다는 여론에 직면했다.
일본 내에서 ‘망언 제조기’로 불리는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이 18일 “저주받은 올림픽”이라며 “(올림픽은) 40년마다 문제가 생겼다”고 말해 논란을 자초한 것도 이런 도쿄올림픽의 굴곡진 역사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아소 부총리의 ‘40년 주기’ 문제 올림픽에 포함된 1980년 모스크바 대회는 냉전 시기 사회주의 진영 국가만 참가한 반쪽짜리 대회라는 점에서 전 세계가 위험에 직면한 1940년, 2020년 대회와 비교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최근 AFP통신의 보도를 보면, 도쿄는 1940년과 2020년 하계올림픽을 동일한 목적으로 유치했다.
일본 도쿄는 1923년 간토대지진에서 회복했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고자 1940년 올림픽 유치에 나섰다.
일본 개국 공신인 진무천황의 즉위 2,600주년을 기념한다는 의미도 있었다.
이번에도 2011년 도호쿠대지진에서 완벽하게 나라를 재건했다는 점을 입증하고자 2020년 올림픽 유치에 도전해 개최권을 따냈다.
3월 26일 예정된 일본 내 성화 봉송을 도호쿠대지진 당시 원자력 발전소 폭발로 큰 피해를 본 후쿠시마현에서 시작하는 것도 ‘재건’을 상징한다. 그러나 북미 대륙과 유럽에서 무섭게 확산하는 코로나19가 도쿄의 2020 꿈을 앗아가고 있다.
IOC와 일본 정부는 올림픽 개막까지 4개월이 남았기에 예정대로 올림픽을 치르겠다는 태도를 고수한다.
하지만 지금 상황으론 7월 24일 도쿄 신주쿠에 세워진 신국립경기장 성화대에 성화가 점화되긴 어렵다는 회의론이 갈수록 힘을 얻어간다.
코로나19가 언제 잠잠해질지 한 치 앞도 볼 수 없어서다.
한국을 비롯해 코로나19 사태를 먼저 겪은 나라 중 극복을 선언한 나라는 아직 없다.
한국만 해도 코로나 사태 3개월째 접어들었지만, 지역 감염과 외국에서 유입된 감염 사례가 여전히 나와 긴장의 끈을 놔선 안 된다.
이제 막 코로나19 비상사태를 선언한 유럽과 미국은 언제 정상 생활로 돌아갈지 기약할 수 없다.
다중 집회 금지, 다중 이용 시설 폐쇄 등 유럽과 미국의 보건 당국이 코로나19 확산 차단에 안간힘을 쓰는 상황에서 올림픽을 준비하는 선수들 역시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연습할 장소가 없어 올림픽을 제대로 대비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인 것이다.
유럽 선수들은 가장 공정해야 할 올림픽이 외부 환경에 따른 준비 부족 탓에 불공정한 경기가 될 수 있다며 도쿄올림픽 개막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제 사정에 밝은 체육계 한 관계자는 “올림픽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과 유럽 선수들은 정상적으로 올림픽을 준비하지 못하고, 현재 코로나19 백신마저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안전을 확신하려면 최소 6개월 이상은 필요하다는 여론이 많아 올림픽도 내년으로 1년 늦춰 치러야 한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