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재(22)가 PGA 투어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페덱스컵 포인트 1위에 올랐다. 지난 2014년 배상문(34) 이후 한국 선수론 두 번째다.
PGA 투어 2년차에 징크스는커녕 2대회 연속 우승을 노리는 등 꾸준함과 배짱으로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제 그는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과,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매스터스를 겨냥한다.
임성재는 지난 8일 플로리다주 올랜도 베이힐클럽&로지(파72ㆍ7,454야드)에서 끝난 PGA 투어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톱 랭커들과 경쟁한 끝에 단독 3위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버디 3개에 보기 2개, 더블보기 한 개를 묶어 1오버파 73타를 기록, 최종합계 2언더파 286타로 우승자 타이렐 해튼(29ㆍ잉글랜드)에 2타 차 뒤졌다.
직전 대회인 혼다 클래식에서 자신의 PGA 첫 우승 트로피를 품은 임성재는 이날 12번홀에서 해튼과 공동 선두에 오르는 등 2주 연속 우승을 노렸지만, 13번홀에서 두 번째 샷을 물에 빠트리는 실수로 더블보기를 기록하며 우승과 멀어졌다. 임성재는 “100m 정도 거리였고, 52도 웨지로 충분히 갈 수 있을 것 같았지만 해저드에 빠지면서 더블 보기를 기록했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면서도 임성재는 이번 대회에 대해 “90점 이상, 아니 95점 이상 줘도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지난주에 우승을 하고, 이번 주에도 우승 경쟁을 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큰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실 PGA 무대에서 데뷔 첫 우승 후 2주 연속 우승을 거둔 사례는 1997년 데이빗 듀발(49) 이후 23년간 전무하다.
게다가 이번 대회 3위로 임성재는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로 페덱스컵 포인트 1위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서 190점을 쌓으며 1,458점이 된 그는 1,403점의 저스틴 토마스(27)까지 제쳤다.
또 이번 대회 3위 상금 64만1,700달러를 보태 시즌 상금 386만2,168달러로 토머스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남자골프 세계랭킹에선 지난주 25위에서 두 계단 오른 23위가 됐다.
이러한 결과엔 임성재의 배짱과 꾸준함이 크게 한 몫을 했다. 상위 랭커들이 다수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도 두둑한 배짱으로 매 라운드 순위를 끌어올리며 우승 경쟁을 펼쳤다.
특히 대회마다 순위를 점수로 환산한 페덱스컵 랭킹은 가을에 열리는 플레이오프에 나갈 선수를 가리는 기준이 되는데, 지난해 임성재가 ‘무관의 신인왕’에 오르면서도 자격 시비에 휘말리지 않은 데는 페덱스컵 포인트를 차곡차곡 쌓아 신인으로는 유일하게 투어 챔피언십에 진출한 점이 가장 컸다.
임성재는 이제 12일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비치에서 개막하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 출격한다. 메이저 대회는 아니지만, 4대 메이저 대회보다 많은 1,500만달러의 총상금이 걸려있는 ‘머니 게임’이다.
지난 시즌 ‘무관의 신인왕’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질주를 이어가고 있는 지금의 배짱과 꾸준함만 유지한다면 다음달 매스터스 골프부터 시작되는 메이저대회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보일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