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콘신 주의 성 마리아 성당에서 최근 열린 미사에서 신도들은 신부가 부탁한 대로 ‘쿨’한 방법으로 서로 환영 인사를 나눴다. 평소에는 성당 좌석 반대편의 신도한테까지 가서 악수로 인사를 건넸지만 이날 만은 평생 해본 적 없는 팔꿈치 인사를 겸연쩍은 분위기로 나눴다.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공포가 미국을 엄습하면서 바꿔 놓은 풍경이라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 주가 늘면서 교회, 성당, 유대교 회당, 회교 사원 등 각 종교계 지도자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신도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요청하고 있다.
교회에서 주기도문을 암송할 때 당분간 인근 신도의 손을 잡지 말라고 당부하는 교회가 늘고 있다. 유대교 회당에 출입할 때 흔히 보던 키스나 포옹식 인사는 사라졌고 악수 역시 절대 금기 사항이 돼버렸다. 성찬식에 사용되던 공동 컵은 공포의 대상으로 이미 창고 한구석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교회 좌석에는 헌금 봉투, 메모용 종이와 함께 손 소독제를 필수 용품으로 비치하는 교회도 늘고 있다.
미네소타 주의 성 바울 교회의 한 목사는 성찬식을 위해 줄을 선 신도들에게 손 소독제를 일일이 뿌려주는 진풍경까지 연출됐다.
인디애나 주의 한 성당도 미사에서 사용하는 세라믹 성배를 바이러스 전파를 방지하기 위해 철제 용품으로 교체하기로 결정했고 버몬트 주의 한 성당에서 열린 성찬식에서는 포도 음료를 마시는 신도가 평소보다 크게 감소했다. 이 성당의 린드퀴스트 신부는 “20년간 신부로 봉직하면서 처음 보는 풍경”이라며 “불과 일주일 사이에 확 바뀐 모습이 믿기지 않는다”라고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가장 빠른 시애틀의 한 유대교 회당 신도들에게는 최근 긴급 메시지가 전달됐다. ‘드 허시 사이나이’(De Hirsch Sinai) 사원 측은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특별 메시지’란 이메일 제목으로 “신도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전통적인 뽀뽀와 포옹 방식의 환영 인사를 팔꿈치 인사로 바꾸도록 권고한다”라고 신도들에게 통보했다.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외국인들의 성지 관광을 금지시켰고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빠른 이탈리아에서도 최근 많은 천주교 신도들이 성당 대신 집에서 TV를 통해 미사를 시청했다.
미국 내 종교 기관 지도자들은 신도들의 감염을 최소화하면서 평소대로 모임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성 마리아 성당의 로만 스티클 신부는 지난주 신도들에게 자동 녹음 전화를 통해 “성당에서 악수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하면서 코로나 사태 여부에 따라 미사를 취소할 수도 있다”라고 미리 알렸다. 스티클 신부는 “성당에 모여 함께 기도하기를 원하는 신도들에게는 어려운 시기”라며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무사히 지나가게 해달라고 기도 중”이라고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성당 상황을 설명했다.
코로나19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는 워싱턴 주 포트 엔젤스 제일 장로교회의 맷 폴 목사는 최근 설교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언급했다. 폴 목사는 “함께 모여 예배드리고 기도하는 것은 믿음의 행위이지만 최근의 경우에는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라며 “인간의 약함을 깨닫게 되는 계기로 하나님만 해결하실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교했다.
<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