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투어 첫 우승의 꿈을 이룬 임성재(22) 옆에는 ‘특급 도우미’가 있었다. 한국계 캐나다인 프로 골퍼인 앨빈 최(27)다.
앨빈 최는 지난 1일 임성재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PGA 투어 혼다 클래식에서 임성재의 캐디로 활약했다. 앨빈 최는 코스 위에서는 임성재의 캐디백을 들었고, 경기 후 우승 인터뷰와 기자회견에서는 통역 역할까지 했다.
앨빈 최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서리의 한인 가정에서 태어나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토론토에서 골프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10년 캐나다 아마추어 선수권에서 우승한 뒤 2013년 프로로 전향해 캐나다의 주니어 투어에서 뛰었다.
2015년에는 캐나다 PGA 투어 베이뷰 플레이스 아일랜드 세이빙스 오픈에서 우승했다. PGA 2부 투어인 콘페리 투어에서는 2013년부터 110개 대회에 뛰며 5차례 톱5에 들었다.
앨빈 최가 임성재와 인연을 맺은 것도 콘페리 투어에서 활동하면서다. 임성재의 우승 기자회견에서도 둘 사이에 관한 질문이 수차례 나왔다.
앨빈 최는 “약 3년 전에 콘페리 투어에서 같이 뛰면서 서로 알고 지냈다. 이후 점점 가까워져서 친구가 됐다. 임성재가 PGA 투어에 진출한 이후에도 우리는 계속 연락했다”고 밝혔다.
프로골퍼인 그가 캐디로 변신한 것은 임성재의 부탁 때문이었다. 앨빈 최는 “지난달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이후 임성재의 전화를 받았다. 혼다 클래식에서 함께 할 캐디를 구한다고 하더라”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성재가 과거에 다른 캐디들과 언어 장벽을 느낀 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우리는 잘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도 선수이고, 이 코스에서 여러 번 쳐봤기 때문에 내 경험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심리적으로나 경기 운영 면에서나 앨빈 최는 임성재에게 큰 도움이 됐다. 특히 앨빈 최는 손목 부상을 겪은 이후 지난 겨울 동안 플로리다주 올드팜 골프클럽에서 캐디로 활동했다. 이번 혼다 클래식도 플로리다주 팜 비치 가든스의 PGA 내셔널 챔피언스 코스에서 열렸기 때문에 이 지역 코스에 익숙했다.
앨빈 최는 임성재와 끝까지 선두 경쟁을 벌인 매켄지 휴스(캐나다)와도 인연이 있었다. 둘은 주니어 시절부터 함께 골프를 치며 알고 지낸 친구 사이다.
휴스가 17번 홀에서 약 16.5m 장거리 버디 퍼트를 넣으며 임성재를 바짝 추격했을 때, 앨빈 최는 휴스와 ‘주먹 인사’를 나누며 축하를 보냈다.
휴스는 ‘토론토 선’ 인터뷰에서 “정말 신기했다. 앨빈이 임성재의 캐디를 한 것도 처음인데, 마지막 날 같은 조가 됐다. 내 캐디도 좋은 사람인데, 주니어 때 친구 앨빈과도 함께 경기했다. 정말 재밌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