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이노비오 등 제약기업들 총력 개발 중
기존 데이터 축적 힘입어 속도 갈수록 빨라져
대중 공급까지는 최소 1년 이상 걸릴 듯
지난 1월 초순 폐렴과 유사한 수상한 질병이 중국에서 보고됐을 때 메릴랜드에 있는 국립보건원은 새로운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 찾기에 나설 준비가 돼 있었다. 이들은 2003년 발생한 사스, 그리고 2012년 발생한 메르스와 유사한 코로나바이러스가 주범이라는 단서들을 가지고 있었다. 국립보건원의 백신연구센터 부소장 바니 그래험 박사는 중국 과학자들에게 백신 개발을 서둘러 시작할 수 있도록 유전자 구성 정보를 공유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1월10일 중국과학자들은 공공 데이터베이스에 정보를 올렸다. 다음날 아침 그래험 박사 팀은 실험실에 있었다. 그리고 수 시간 후 이들은 백신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유전자 코드 부호들을 찾아냈다. 호주의 과학자들과 최소 3개의 기업들-존슨 & 존슨, 모더나 세라퓨틱스 그리고 이노비오 제약회사-이 이 질병의 확산을 막을 백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거의 1만 명에 가까운 확진환자가 발생하고 2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노비오의 수석과학자인 재클린 셰이는 “모든 이들이 가능한 한 빨리 움직이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노비오는 신속한 백신 시판을 추구하는 단체인 ‘전염병 대비 혁신연맹’으로부터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개발을 위해 900만 달러의 기금을 받았다. 그래험 박사 팀과 공조하고 있는 모더나도 비슷한 기금을 받았으며 호주 퀸즐랜드 대학 연구팀 역시 그렇다.
역사적으로 백신들은 질병 확산 방지에 가장 큰 역할을 해온 의료 도구이다. 새로운 기술과 유전학의 발전, 그리고 글로벌 협력의 개선 등에 힘입어 연구자들이 전례 없는 속도로 백신개발을 하고 있지만 백신 개발은 여전히 돈이 많이 들고 위험한 과정으로 남아있다. 백신은 동물과 인간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실험을 거쳐야 하는 관계로 개발에 수개월 혹은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 백신이 대중에게 공급되려면 최선의 경우에도 최소 1년-대부분은 이보다 더 긴 시간-이 걸린다. “백신은 질병 발생 초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적절한 시간 안에 개발한다면 후에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전염병 대비혁신연맹의 리처드 해칫 사무국장은 말했다.
새로운 질병이 발생할 때마다 과학자들은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2003년 사스 발생 후 과학자들이 바이러스 게놈 규명에서 인체실험용 백신을 개발하기까지 약 20개월이 걸렸다. 2015년 지카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이 발생했을 때 연구자들이 제시한 타임라인은 6개월로까지 줄어들었다. 이번에 과학자들은 상호협력을 통해 그 시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1월 초 중국의 과학자들이 데이터를 공개한 다음날 아침 그래험 박사 팀은 서열을 확인해 이를 이미 갖고 있던 사스 및 메르스 정보와 비교하는 작업을 했다. 이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왕관형태를 형성하고, 숙주 세포의 수용체 혹은 진입 지점을 인식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초점을 맞췄다. 그래험 박사의 코로나 바이러스 팀을 지휘하고 있는 키즈메키아 콜벳 박사는 “스파이크 단백질이 세포와 결합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 효과적으로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콜벳과 동료들은 사스와 메르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구체적으로 연구해 이것을 실험용 백신을 개발하는 데 활용했다. 하지만 백신들은 시판되지 못했다. 사스는 백신 개발 전에 공중보건 대책들 덕분에 성공적으로 퇴치됐기 때문이다. 또 메르스 백신의 예비 인체실험은 지난해 성공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의 신속한 생산을 도울 수 있는 백신개발 방법을 찾았다. 이들은 사스 바이러스 백신의 형판을 이용해 새로운 바이러스에 작동하기에 충분할 만큼만 유전코드를 교체했다. 콜벳 박사는 “우리는 이것을 주변기기를 본체에만 연결하면 바로 쓸 수 있는 것에 빗대 플러그 앤드 플레이라 부른다”고 말했다.
수 시간 후 콜벳 박사는 연구자들이 필요로 하는 수정된 서열을 찾았다. 그는 1월14일 다음 단계를 논의하기 위해 미 전국의 공동연구자들과 함께 함께 컨퍼런스 콜을 가졌다. 그리고 이 서열을 모더나로 보냈다.
모더나의 과학자들은 이 유전자 정보를 새로운 합성 전달자인 RNA를 만드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RNA는 세포의 단백질 생성 시스템에 관한 지침을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이 기술은 스파이크 단백질을 찾아내는 높은 수준의 항체를 만들어내 감염을 퇴치하는 걸 돕는다.
모더나가 수 주 내로 RNA를 제조하게 되면 국립보건원은 더 많은 실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콜벳 박사는 말했다. 학계의 공동연구자들도 바이러스에 감염된 쥐들을 대상으로 얼마나 시험적 백신이 효과가 있는지를 실험한다.
국립보건원의 앨러지 및 감염질병 연구소 책임자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는 이 백신 연구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가 예기치 못한 장애물에 봉착하지 않는다면 인간에 대한 1단계 실험은 3개월 안에 가능할 것이며 이는 기록적인 속도”이라고 말했다.
다른 연구자들은 다른 방식으로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메르스 백신을 개발하고 있기도 한 이노비오는 DNA에 기반을 둔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존슨 & 존슨은 감기 같은 증상을 유발하지만 유해하지 않은 아데노바이러스를 사용한 백신을 개발 중이다. 호주 연구진은 바이러스 구조를 닮은 분자들을 실험하고 있다. 미네소타 로체스터의 메이요 클리닉의 백신 전문가인 그레고리 폴랜드 박사는 “우리는 지금 단계에서 어떤 백신이 성공적인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통해 기업 관계자들은 많은 불확실성 때문에 백신 개발에는 정부 그리고 자선단체들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존슨 & 존슨의 폴 스토펠스 박사는 자사의 백신을 인체 실험까지 하는데 8개월에서 12개월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때쯤이면 코로나바이러스가 퇴치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존슨 & 존슨의 자카 바이러스 백신 실험은 현재 중단된 상태다. 질병 확산이 둔화되었기 때문이다. 스토펠스 박사는 “이 일을 하려면 용감해야 하고 튼튼한 기업이어야 한다. 이 일을 하는 데는 아무런 금전적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모더나의 경영자인 스테팜 반셀은 “질병 확산이 주춤한다 해도 백신은 필요하다.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항상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와 도시화, 그리고 글로벌 여행 증가 등으로 질병 발생의 빈도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 전문가는 “백신의 힘이 공중보건의 영역을 넘어선다는 걸 우리는 깨닫기 시작했다. 백신은 세계경제와 안전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By Knvul Sheikh and Katie Thom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