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선교회, 4복음서 번역 발간
성인 신장이 보통 130∼140㎝에 불과한 아프리카 콩고 소수민족 피그미족의 고유 언어 소리음을 한글로 표기한 성경 책이 처음으로 출간됐다. 개신교인 중심으로 구성된 피그미족 지원 선교 단체인 사단법인 ‘작은손 선교회’(HfL·Hands for the Littles)는 마태·마가·누가·요한복음 등 성경 4개 복음서를 피그미족 말인 치뗌보(‘코끼리어’라는 뜻)로 옮겨 다시 한글 체계로 번역한 책 1천 권을 발간했다고 20일 밝혔다.
현재 국립국어원장인 소강춘 전 전주대 교수가 치뗌보 성경 번역위원회 표기체계 연구 책임을 맡았다. 총 410쪽 분량의 성경 번역본 흰색 겉표지에는 ‘4개 복음서’라는 뜻의 치뗌보어 한글 표기 제목과 키가 작은 피그미족 남자가 성경 책을 가슴에 안고 기도하는 모습의 사진이 담겨있다. 피그미족이 한글을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만든 교재 ‘치뗌보 학습서’ 300부도 만들었다.
이 피그미족 마을에서는 최관신 선교사(63)가 11년 동안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최 선교사는 피그미족에게 번역된 성경과 한글 교재를 보급하고 현지 초등학교 교사들을 상대로 한글 표기 교육을 할 계획이다. 최 선교사의 한글 교육은 2015년 서울과 전주에서 열린 ‘한국 아프리카 문화교류·피그미족 돕기’ 자선 공연단의 일원으로 한국을 처음 찾은 피그미족 공주의 요청으로 시작됐다.
피그미족 공주가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표기문자로 채택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문자가 없는 우리에게도 한글 문자를 만들어 달라”라고 간곡히 부탁했다고 한다. 최 선교사는 당시 전주대 국어교육과 교수였던 소 원장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며, 이후 소 원장 주도 아래 치뗌보의 한글 표기 체계가 완성됐다.
최 선교사와 소 원장 등은 4년여 동안의 작업 끝에 치뗌보 성경 번역도 마무리했다. 소 원장은 “콩고는 공용어로 프랑스어를 사용하지만 문맹률이 99%에 달한다”라며 “고유 표기문자가 없는 피그미족은 소리표기음으로 한글을 로마자보다 훨씬 배우기 쉽다”라고 설명했다. 콩고의 종교 분포를 보면 로마 가톨릭이 55%로 가장 많고, 개신교는 35%다. 다만 대부분 토속종교와 혼합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