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 국경서 발 묶어
이민자 수천명 입국 기회 엿봐
온두라스에서 출발해 미국으로 향하던 ‘캐러밴’ 이민자들이 멕시코 당국의 저지에 발이 묶였다.
이민자들은 멕시코와 과테말라 국경에 모여 기회를 엿보고 있다.
19일 A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천여 명의 이민자들이 과테말라 서부 국경인 테쿤우만의 교회나 보호소, 거리에서 밤을 보냈다. 대부분 온두라스인으로 이뤄진 캐러밴은 지난 15일 온두라스 산페드로술라를 출발해 미국으로 가는 길이었다.
‘캐러밴’은 무리를 지어 도보나 히치하이크로 이동하는 이민자 행렬을 가리킨다. 주로 중미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 과테말라에서 빈곤과 폭력 등을 피해 한꺼번에 미국행에 나서곤 한다.
1,000천명가량이 출발해 과테말라를 통과하면서 점점 규모가 늘었다. 과테말라 정부에 따르면 15일 이후 온두라스에서 과테말라로 입국한 이들은 4,000명이 넘는다.
과테말라는 무사히 지났지만, 미국으로 가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멕시코 문이 닫혔다.
멕시코 국가방위대가 국경에 철제 울타리를 닫아걸고 이민자들을 막아섰기 때문이다.
과거엔 중미 이민자들의 자국 통과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던 멕시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지난해부터 국경에 국가방위대를 대거 배치해 이민자들의 미국 이동을 저지해왔다. 이번 캐러밴의 북상을 앞두고 멕시코 정부는 이민자들이 미국행을 포기할 경우 멕시코에 임시 일자리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대다수 이민자들은 멕시코가 아닌 미국에서 새 삶을 시작하고 싶어 한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결국 많은 이들이 멕시코 일자리를 포기하고 과테말라 국경 마을에 머물면서 국경을 넘을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민자들이 여럿이 함께 국경을 넘기 위해 다른 이민자들이 추가로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다수가 한꺼번에 몰릴 경우 멕시코 측이 과격한 충돌을 우려해 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온두라스인 호세 루이스 크루스(33)는 로이터에 “혼자 넘어가면 붙잡힐 것이고 지금까지 여기까지 오면서 한 희생이 헛수고가 될 것”이라며 20일 새벽에 무리를 지어 함께 월경을 시도하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