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집집마다 메뉴‘복붙’… 광장시장은‘마약김밥천국’

지역뉴스 | 라이프·푸드 | 2020-01-03 10:10:40

광장시장,김밥천국,시장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먹거리골목 116개 점포 중 53곳서 판매

 “없다고 하면 관광객들 발길 돌려서$”

업종 상관없이 인기메뉴 다 갖다 팔아

전문가“전통시장의 매력 퇴색”지적

 

한국일보 ‘뷰엔(View&)’팀이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내 먹거리 골목을 조사해 보니 노점을 포함한 전체 116개 점포 중 절반에 달하는 53곳에서 마약김밥을 팔고 있었다. 이 중 44년째 영업 중인 ‘모녀김밥’ 등 마약김밥 전문점 7곳과 분식집 22곳을 제외하면 24곳이 김밥과 전혀 연관성이 없는 전문 음식점이었다. 빈대떡집도 16곳이나 됐다. 어찌 된 일일까.

 

모녀김밥 대표 유지풍(52)씨는 “2호점을 낸 2011년쯤 언론에 소개되고 입소문을 타면서 시장 곳곳에 마약김밥이 퍼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 후 SNS를 통해 알려지고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찾다 보니 마약김밥을 놓고 파는 음식점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보리밥 전문 노점을 운영하는 조향(61)씨는 “손님들이 언제부턴가 ‘마약김밥은 없다’고 하면 그냥 나가 버리는 통에 어쩔 수 없이 들여놨다”면서 “광장시장에서 한 가지만 하는 집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광장시장에서 유명 원조 음식을 주변 식당들이 따라 파는 경우는 마약김밥뿐만이 아니다. 육회나 육탕탕이(육회+낙지탕탕이), 빈대떡 역시 시장 곳곳에 ‘약방의 감초’ 수준으로 널렸다. 최근 점포에 작은 수족관을 설치한 김성윤(49)씨는 “몇 년 전 중국 예능 프로그램을 우리 시장에서 찍었는데 그 뒤로 낙지탕탕이(산낙지회)를 찾는 중국 관광객이 많아져서 낙지를 시작했다”며 “손님들이 찾으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김씨의 노점은 순대국밥 전문이다.

물론 고객 입장에서는 이 같은 메뉴 ‘복붙(복사 붙이기)’ 덕분에 발품을 팔지 않고도 이름난 음식을 다양하게 맛볼 수 있어 나쁘지 않다. 그러나 음식점에 따라 특유의 맛과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전통시장만의 매력이 퇴색하고 있는 점은 아쉽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광장시장을 찾는 이유가 표준화된 프랜차이즈 음식점과 달리 점포마다 차별화된 손맛 때문인데 시장 어디서나 마약김밥을 판다면 만족도가 떨어져 일회성 방문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맛의 하향 평준화도 문제다. 마약김밥을 파는 음식점 중엔 직접 조리하는 경우도 있지만 공장에서 생산한 김밥을 납품받는 곳이 적지 않다. 일부는 손님이 찾을 때에만 옆집에서 빌려서 내놓기도 한다. 문제는 아무리 조리 과정이 간단한 음식이라 해도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드는 김밥과 원조의 맛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여자친구와 함께 광장시장을 찾은 김원기(34)씨는 “마약김밥을 먹으러 자주 오는데 직접 싸 주는 단골집 외에는 별로 맛이 없다. 미리 싸서 포장해 둔 걸 주니까…”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음식의 맛을 평가하는 데 있어 소비자가 공급자보다 우위에 있게 마련인데, 공장에서 만든 음식을 공급하는 방식이 계속될 경우 소비자들이 외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약김밥을 비롯한 몇몇 유명 음식의 복붙 현상은 남들이 흉내 내지 못할 맛과 정체성으로 승부를 걸기보다 ‘온 김에 먹어나 보자’는 관광객의 심리를 이용한 상술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용재 음식평론가는 “이런 현상은 세계 주요 관광지에서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유명 관광지일수록 음식이 본연의 맛보다 경험과 인증의 수단이 되는 경향이 뚜렷한데 광장시장도 비슷한 경우”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조리 과정이 간단해 복제가 매우 쉽다는 점과 생존에 목맬 수밖에 없는 상인들의 현실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광장시장은 ‘마약김밥천국’으로 변해 가고 있다.

복제 메뉴로 손님을 잡아 두는 대신 자기 점포만의 음식을 고집스럽게 지켜 가는 경우도 광장시장에는 적지 않다. 45년째 육회 전문점을 운영해 온 A씨는 “마약김밥이나 다른 음식을 찾는 손님이 적지 않지만 여기저기 다니면서 다양한 음식을 먹고 식당마다 색다른 분위기를 즐기는 게 맞는 것 같아 육회 관련 음식 외에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모녀김밥 유 대표는 “마약김밥을 파는 집이 많이 생겼고, 심지어 ‘원조’라고 내세우는 집도 여럿이지만 ‘다 같이 오래가야 한다’는 생각에 개의치 않는다. 다만, 손님들이 ‘마약김밥 맛이 별로’라는 인식을 갖지 않도록 모두 맛있게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주영 기자·박서강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집집마다 메뉴‘복붙’… 광장시장은‘마약김밥천국’
집집마다 메뉴‘복붙’… 광장시장은‘마약김밥천국’

 

집집마다 메뉴‘복붙’… 광장시장은‘마약김밥천국’
3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먹거리 골목 내 한 노점에 공장에서 납품받은 것으로 보이는 마약김밥이 플라스틱 상자에 포장된 채로 머릿고기와 함께 진열돼 있다.

 

집집마다 메뉴‘복붙’… 광장시장은‘마약김밥천국’
수년 전부터 마약김밥이 광장시장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큰 인기를 얻자 시장내 음식점들은 너도나도 마약김밥 판매에 뛰어들었다. 그 덕분에 빈대떡집, 팥죽집, 보리밥집 등 김밥과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음식점에서도 마약김밥을 먹을 수 있게 됐지만 점포마다 특색 있는 메뉴를 개발하기 보다 손쉽게 메뉴를 복제하다 보면 음식 본연의 가치마저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 빈대떡이나 육회, 낙지탕탕이 역시 시장 내 여러 음식점에서 복제해 판매하고 있는 메뉴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바밍타이거, 빌보드 선정 '상반기 최고의 K팝 앨범' 2위
바밍타이거, 빌보드 선정 '상반기 최고의 K팝 앨범' 2위

영주권 갱신·시민권 심사 ‘더 오래 걸린다’
영주권 갱신·시민권 심사 ‘더 오래 걸린다’

신원조회·보안심사 강화에 트럼프 2기 수속 지연 심화 시민권 최대 1년 걸리기도 한인 이민자 불편·불안 가중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영주권 갱신과 시민권 신청 등 합법 이민

“모든 아동에게 건강보험” 앤디 김 파격 법안 발의
“모든 아동에게 건강보험” 앤디 김 파격 법안 발의

미 전역 모든 아동과 청년에게 무상 공공 건강보험 혜택을 제공하자는 내용의 파격적인 법안이 한인 의원 주도로 추진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앤디 김 연방 상원의원(민주·뉴저지)은

미주 한글학교에 교재 18만5천권 지원

교육부·국제한국어교육재단 한국의 교육부는 국제한국어교육재단과 함께 오는 24일 뉴저지에서 열리는 재미한국학교협의회의 제44회 학술대회 및 정기총회에 참석해 재미동포 한국어교육 지원

삼성전자, 폴더블 신작 스마트폰 3종 공개
삼성전자, 폴더블 신작 스마트폰 3종 공개

폴드8·폴드8 울트라·플립8가벼워지고 첨단 기능‘ AI 폴더블 시대’선언   삼성전자가 22일 영국 런던에서 개최한‘갤럭시 언팩 2026’ 행사에서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 대표이

100년 된 관세법 338조… 트럼프 새 무기 되나
100년 된 관세법 338조… 트럼프 새 무기 되나

96년 전인 1930년 제정미 상품 차별 판단되면대통령, 최대 50% 관세캐나다 첫 적용에‘주목’ 1930년 제정된 법률을 동원해 캐나다에 50% 추가 관세를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ICE를 녹이자”… 연방하원서 이민단속 예산 삭감 추진
“ICE를 녹이자”… 연방하원서 이민단속 예산 삭감 추진

민주당 소속 델리아 라미레스(일리노이)·이벳 클라크(뉴욕) 연방하원의원이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내용의 법안(H.R. 7190)을 지난 21일 공동 발

10대, SNS 중독 소송 취하…메타 “처음부터 부당 주장”

소셜미디어(SNS) 중독으로 정신건강 피해를 봤다며 메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던 10대 청소년이 재판을 며칠 앞두고 이를 취하했다. ‘R.K.C.’라는 머리글자로만 이름이 알려진

서울대 경영대, 미주 첫 최고경영자 과정 개설한다
서울대 경영대, 미주 첫 최고경영자 과정 개설한다

내년 1월 ‘AMP USA’ 출범서울대 교수진 등 참여   22일 LA 한인상의 사무실에서 양홍석(가운데) 서울대 경영대 학장과 임재현(오른쪽) 경영연구소장, 김성열 팀장이 서울대

물가지표 둔화… 연준 금리인상 확률 급감

29일 FOMC 동결 전망 지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이어 생산자물가지수(PPI)까지 시장 예상을 밑돌면서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이달 말 금리 인상 확률이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