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오스카)과 함께 미국 양대 영화상으로 꼽히는 골든글로브상의 감독·각본·최우수외국어영화상 등 3개 부문 후보에 지명됐다.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는 9일 제77회 골든글로브상 후보작을 발표하면서 감독상 후보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 '디 아이리시맨'의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등 5명을 선정했다.
'1917'의 샘 멘데스 감독, '조커'의 토드 필립스 감독도 후보로 지명됐다.
'기생충'은 이어 각본상 후보로도 호명을 받았다.
각본상을 놓고는 '매리지 스토리', '더 투 포프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디 아이리시맨'과 경합한다.
'기생충'은 또 예상대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베스트 모션픽처-포린랭귀지) 후보에도 올랐다.
외국어영화상 후보로는 '기생충' 외에 '더 페어웰', '레미제라블', '페인 앤 글로리',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온 파이어'가 지명됐다.
제77회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은 내년 1월 5일 미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에서 개최된다. 수상작은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 회원 93명의 투표로 정해지며, 투표 데드라인은 오는 30일까지이다.
'기생충'은 후보 등재가 유력하던 외국어영화상 외에 감독·각본상 후보로도 오르면서 수상 가능성을 더 높인 것으로 관측된다.
일단 외국어영화상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스페인 출신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가 가장 강력한 경쟁작으로 꼽힌다.
감독상도 수상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감독상 후보군에 마틴 스코세이지, 쿠엔틴 타란티노 등 지명도가 높은 세계적 거장급들이 포진해 있지만. 지난 주말 LA비평가협회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스코세이지 감독을 제치고 감독상을 수상한 바 있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전망이다.
'기생충'이 골든글로브상을 수상할 경우 한국 영화로는 최초의 기록이 된다.
지난 1월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서 한국계 캐나다 배우 샌드라 오가 TV 시리즈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은 적이 있다.
골든글로브는 오스카와 더불어 한국 영화가 아직 정복하지 못한 영역이다.
특히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아카데미 시상식보다 약 한 달 먼저 열리기 때문에 골든글로브를 '미리 보는 오스카'로 간주하기도 한다.
따라서 '기생충'이 골든글로브상을 수상할 경우 오스카 수상 가능성을 더욱 높이게 된다.
수상 레이스 예측 사이트 골드더비닷컴은 '기생충'이 오스카 수상 레이스에서 감독·작품상 후보로 3~4위권에 있는 것으로 관측했다.
그러나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가 오스카 못지않게 백인 주류 영화에 후한 점수를 주고 제3세계 영화에는 깐깐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점에서 실제 수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기생충'은 칸영화제 작품상에 해당하는 황금종려상 수상에 이어 미국 시장 개봉과 함께 북미에서 잇달아 상복이 터지고 있다.
110년 역사의 전미비평가협회 외국어영화상 수상으로 산뜻한 스타트를 끊은 뒤 애틀랜타 비평가협회에서 감독·각본·외국어영화상을, LA비평가협회에서 작품·감독·남우주연상(송강호)을 각각 받았다.
토론토비평가협회 시상식에서도 3관왕을 했다. 뉴멕시코비평가협회에서는 조여정이 여우조연상으로 합류했다.
이날 골든글로브 후보 지명에서 '기생충'은 아쉽게도 작품상 후보에는 들지 못했다.
작품상(베스트 모션픽처 드라마)은 '디 아이리시맨', '조커', '매리지 스토리', '1917', '더 투 포프스'가 경합한다.
남우주연상(드라마)은 크리스천 베일(포드 vs 페라리), 안토니오 반데라스(페인 앤 글로리), 호아퀸 피닉스(조커) 등이 경합하고, 여우주연상(드라마)은 르네이 젤위거(주디), 스칼릿 요한슨(매리지 스토리), 샤를리즈 테론(밤쉘) 등이 수상을 다툰다.
넷플릭스 영화 '매리지 스토리'는 작품상 등 모두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최다 후보작이 됐다. '디 아이리시맨'이 5개 부문 후보로 뒤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