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TM 강도·살인사건 한인유족들 탄원에 25년형→10년형으로
“아버지 살해범을 용서해주세요.”
지난해 맨하탄의 한 은행 현금인출기(ATM)에서 현금을 찾던 김영근(87?사진) 뉴욕시립대(CUNY) 리먼칼리지 교수의 머리를 가격해 숨지게 한 살해범이 김 교수 유족들의 용서로 징역 10년 형을 선고받는 데 그쳐 화제를 모으고 있다.
뉴욕주 맨하탄지법은 5일 김영근 교수 살해사건과 관련해 1급 살인과 1급 강도혐의로 기소된 매튜 리(52)에게 징역 10년 형과 보호관찰 5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김씨의 유족들이 리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낸 점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밝혔다. 리는 주법에 따라 최소 징역 25년에서 최대 종신형을 선고 받을 수 있었다.
김 교수의 아들과 며느리는 지난 달 맨하탄검찰이 운영하는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동의하고 그동안 리 및 사회복지사 등과 만나 아픔을 치유하고 범행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검찰은 리가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온 점과 석방 후 재범 가능성이 매우 낮은 점 등을 고려해 프로그램 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의 아들 김진수씨는 “리가 이 사건 이전에 범죄를 저지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으며, 2013년과 2014년에 각각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두 잃고 경제적으로 힘든 생활을 했다는 사실을 들으면서 분노가 점차 리에 대한 슬픔으로 바뀌게 됐다”고 고백했다.
이어 김씨는 “ 변호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했을 때 진심으로 기뻤고, 리의 진심을 믿게 됐다”고 말했다.
<조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