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올해의 영화”작품세계 집중 조명
할리웃 봉준호 회고전… 비평가들 열렬한 환호
아카데미 출품작인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가 평단의 지지를 받으며 오스카 수상에 다가섰다.
지난달 30일자 뉴욕타임스가 ‘기생충’을 올해의 영화로 꼽으며 “우리는 봉준호의 디스토피아에서 살고 있다”는 제목으로 봉 감독의 작품 세계를 집중 조명했다. 이 신문은 지난 5월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기생충’이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외국어영화상 부문을 비롯한 오스카 후보에 거론된다며 “‘기생충’은 호러와 풍자, 비극이 혼합된 현대판 우화로 한국뿐 아니라 어디에서나 벌어지고 있는 계급투쟁에 대한 날카로운 교훈을 전하고 있다”고 평했다.
올해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시작된 영화 ‘기생충’에 대한 높은 관심은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행사로 이어져 지난달 30일 할리웃 이집션 극장에서 봉준호 회고전이 개막했다.
LA한국문화원(박위진 원장), 한국콘텐츠진흥원 미국비즈니스센터(소장 김철민), 미국배급사 네온(NEON) 등이 주최한 ‘기생충’ 상영회에는 현지 미디어와 비평가, 할리웃 영화인 등 500여 명의 관객들이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또, 영화가 끝난 후에는 LA타임스 비평가 저스틴 창의 진행으로 봉준호 감독과 기정 역의 배우 박소담이 질의응답에 나섰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는 1초도 바뀐 게 없는데, 칸에서부터 여기 미국 개봉까지 여러가지 벌어진 일들이 실감이 나질 않는다”면서 “오늘 이렇게 2층까지 꽉 채워주신 걸 보니 잘 될 것 같은 느낌도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봉 감독은 “영화 속 두 가정이 비슷하듯 다르다. 가난한 집에선 여자들이 정신 육체적으로 강하고 부잣집은 표면상 모던하고 세련된 것 같지만 실은 매우 가부장적이다. 남편은 부인을 부하직원 다루듯이 한다. 아내는 남편을 상사처럼 두려워한다. 철저히 수직적 관계”라고 설명했다.
이날 질의응답시간에는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로 웃음을 자아냈다. 봉 감독은 반지하방의 오물이 넘치는 홍수씬은 깨끗한 물을 워터탱크에 넣어 찍었고 상영시간에서 60% 이상 비중을 차지하는 부잣집은 한 마디로 그 자체가 ‘작은 유니버스’인데, 건축가 조언을 듣고 공을 많이 들였다고 전했다. 그는 또 “유명한 예술가의 집에 산다는 걸 뽐내고 싶어하는 부부의 캐릭터가 집 그 자체로 드러나게 해야만 했다”며 수입한 쓰레기통이 2,000달러 짜리라고 말하자 탄성이 터져나왔다.
봉 감독은 ‘기생충’의 활약상을 온전히 배우들의 공으로 돌렸다. 질의응답을 함께 한 기정 역의 박소담은 “기정의 가족은 가진 건 없지만 사랑으로 똘똘 뭉친 가족이다. 잘한 일이라고 당당하게 얘기할 순 없지만 기정은 누구보다 당당한 역할”이라고 소개했다.
봉준호 회고전은 오는 1일과 2일 샌타모니타 에어로 극장으로 이어져 ‘설국열차’ ‘살인의 추억’ 등이 상영되고 봉준호 감독과의 질의응답 시간도 마련돼 있다.
한편, 뉴욕타임스가 올해 최고의 영화로 꼽은 ‘기생충’은 개봉 3주차가 지난 30일 현재 129개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다. <하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