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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업자·밀렵꾼에‘큰 돈’되는 사자 뼈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9-08-14 10:10:49

사육업자,밀렵꾼,사자뼈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미국의 수입규제 조치 후 밀거래 기승

아시아에선 호랑이 부위로 둔갑해 팔려

밀렵으로 아프리카 사자 개체 수 급감

한 국제협약은‘빅캣’(big cat) 종 동물로부터 나오거나 만들어진 상품을 사거나 파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단 한 가지는 예외다. 아프리카 사자다. 남아공에서 사육한 사자들일 경우에는 발톱과 이빨을 포함한 이들의 뼈를 세계적으로 거래할 수 있다. 남아공으로부터 수출된 사자 부위의 종착지는 대개 아시아이다. 이곳에서 사자 부위는 종종 호랑이 부위로 둔갑해 팔린다. 수익성이 높은 이 비즈니스는 증가추세이다. 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 의해 시행되고 있는 금지조치가 이런 추세를 더욱 촉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2016년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은 사육된 사자 사냥물의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남아공의 많은 사자 사육업자들에게 뼈 수출은 이 조치로 인한 비즈니스 감소를 메울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됐다. 사자 뼈 거래를 연구해 오고 있는 영국 옥스포스대 박사과정의 마이클 사스-롤프스는 “가끔 당신은 옳은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더 나쁜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금지 조치 이전 남아공의 사육업체와 사냥시설에서는 약 8,400마리가 넘는 사자들이 사육됐다. 이 사자들의 대부분은 울타리가 쳐진 사냥 캠프 안에 사냥꾼들의 사냥물이 됐다. 돈과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통조림 사냥’이라 불리는 이런 사냥방식은 매혹적이다. 야생에서의 전통적 사녕에 비해 이 방식은 저렴하고 시간도 대개 수주일이 아닌 수일이 소요된다. 포획물의 질도 좋다. 한때 이런 사냥꾼들의 최소 절반이 미국인들이었다. 하지만 동물권 보호론자들은 아주 오랫동안 이런 사냥방식이 학대로 만연해있으며 동물보호라는 가치를 결여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2015년 미국은 사자를 멸종위기 동물목록에 추가했다. 이에 따라 사자 포획물 수입을 둘러싼 규정이 복잡해졌다. 미국인들이 아직까지는 아프리카에서 합법적으로 사냥한 사자는 들여올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냥이 사자의 보호에 도움이 됐다는 것을 입증하는 경우에 한해서이다.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에 따르면 남아공에서의 통조림 사냥은 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사스-롤프스와 요하네스버그 비트바테르스란트 대학 연구원인 비비엔 윌리엄스는 미국의 금지조치와 다른 정책적 변화들이 남아공 사자 사육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했다. 이들은 사자를 포획 상태에서 사육하고 사냥물로 제공하는 업체 117곳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지조치 이후 산 사자의 가격은 50%까지 폭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80% 이상은 금지조치로 비즈니스에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으며 많은 업자들은 직원을 줄이거나 사자들을 안락사 시켰다고 말했다.

대부분 업자들은 비즈니스 규모를 줄였다고 밝힌 반면 약 30% 정도는 국제적인 뼈 거래로 눈을 돌리기로 했다고 응답했다. 한 마리 분 사자 뼈 가격은 2012년 이후 20% 이상 올랐다. 암사자 뼈는 현재 평균 3,100달러 정도에 거래되고 수사자들은 3,700달러 정도에 팔린다. 미국의 금지조치가 나온 후 뼈 수출은 800마리 분에서 1,800마리 분으로 두 배 이상 치솟았다.

이후 뼈 수출에 제동이 걸렸다. 2016년 하반기에 열린 멸종위기동물 국제교역 컨벤션은 남아공의 사육사자 부위 수출에 연간 쿼터를 설정하도록 의무화했다. 2017년 남아공 당국은 사자 뼈에 대해 800마리 분의 쿼터를 정했다가 지난해 이를 1,500마리 분으로 높였다. 하지만 항의가 거세지자 다시 800마리 분으로 낮췄다.

대부분의 업자들은 현 쿼터가 너무 낮다고 불만을 나타낸다. 응답자의 절반은 쿼터가 계속 비즈니스를 옥죄이면 ‘대안 시장’을 찾겠다고 말했다. 다른 말로 불법 거래로 눈을 돌리겠다는 얘기다. 사자 뼈는 이미 불법시장에 공급되고 있다. 한 예로 아프리카와 동남아, 중국을 아우르는 야생동물 거래조직의 우두머리였던 라오스 국적의 비사이 케오사방은 초기 시장의 큰 손이었다. 윌리엄스의 연구에 따르면 2009년과 2010년 라오스로 보내진 총 320마리 분의 사자 뼈 탁송물 16개 가운데 9개가 케오사방 것이었다.

케오사방은 미국이 그의 조직 일망타진 정보에 100만달러 현상금을 내걸자 잠적했다. 그리고는 베트남과 라오스, 태국의 다른 거래상들이 그의 자리를 차지했다. 이들 국가의 중개인들은 고객들 사이의 거간 노릇을 한다. 이들 때문에 수입상 실태와 그들의 신원 파악에 애를 먹고 있다고 윌리엄스는 말했다.

윌리엄스와 사스-롤프스는 사자 뼈가 합법적으로 아시아 지역에 수입된 후 어떻게 팔리는지 까지는 조사하지 않았다. 하지만 런던 소재 환경조사기관의 책임자인 데비 뱅크스에 따르면 사자 뼈와 발톱, 그리고 이빨들은 호랑이 부위로 둔갑해 팔린다는 것이다. 호랑이 상품들은 아시아 시장에서 대단히 인기가 높다. 사자 뼈는 고급제품인 호랑이 술로 팔리는 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되고 이빨과 발톱은 보석류로 가공된다. 중국에서 이뤄진 압수사례 중 최소 8건에서 사자 부위들이 호랑이 부위로 팔리고 있었다고 뱅크스는 말했다.

뱅크스는 “사자가 호랑이를 대체했으니 호랑이에 대한 압박은 줄었을 것이라고들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호랑이, 그리고 호랑이로 둔갑해 팔리는 다른 빅캣들에 대한 수요가 너무 많아 사육 호랑이들만 소비되는 게 아니라 야생 호랑이들 또한 밀렵 당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자 부위에 대한 합법적 거래는 “이런 상품들의 수요를 자극하고 소비욕구를 지속시켜준다”며 “수요가 있는 한 전 세계에 남아있는 호랑이들에 대한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우려되는 추세는 사자들이 밀렵꾼들에 의해 희생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동물보호단체인 판테라의 프로젝트 매니저인 크리스토퍼 에버랫은 지난 5년에 걸쳐 모잠비크 림포포 국립공원의 사자 개체수가 68%나 줄어들었음을 관찰 기록했다. 2017년 남은 사자 수는 21마리에 불과했다. 밀렵당한 사자들의 대다수는 이빨과 발톱이 없었다. 두 마리는 뼈를 발라내기 위해 해체되기도 했다. 에버랫 박사는 “사자 개체 수가 이제 완전한 멸종에 다가서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프레토리아 슈웨인 테크놀러지 대학의 동물보호 연구학자인 켈리 마네윅은 2016년 이후 최소 75마리의 사육사자들이 밀렵됐음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마치 약간 맥도널드 드라이브스루 같다”고 덧붙였다. 그녀에 따르면 평소 사자들이 먹던 먹이에 독을 섞은 후 울타리 안으로 던져주면 사자들은 이것을 먹고 즉사한다. 그러면 울타리 안으로 넘어 가 필요한 부위를 떼어낸 후 들키지 않고 그냥 도주한다는 것이다. 에버랫은 합법적 사자 뼈 수출이 불법 밀렵과 연관돼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성급한 결론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있다. 윌리엄스는 “서로 다른 당사자들이 한 쪽 면만을 내세우며 무엇을 해야 한다고 주장들 하겠지만 이 문제는 루빅 큐브와 같은 복잡성을 갖고 있다. 다양한 측면이 있으며 모든 것들은 서로 연계돼 있다”고 지적했다.

사육업자·밀렵꾼에‘큰 돈’되는 사자 뼈
사육업자·밀렵꾼에‘큰 돈’되는 사자 뼈

남아공의 매디퀘 야생동물 보호구역 내 사자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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